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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여성의 다시쓰기 : 고전소설을 읽는 욕망에 관하여
저자 노지승
출판사 오월의봄
출판일 2022-03-29
정가 17,000원
ISBN 9791168730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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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프롤로그: 다시읽기와 다시쓰기의 여성 욕망
1장 누구의 것도 아닌 춘향
2장 춘향전의 이데올로기와 프로파간다
3장 자매애와 모성애 다시쓰기
4장 누가 심청을 착취하는가
5장 도시로 간 심청 혹은 70년대 여성 프롤레타리아

에필로그: 새로운 시대의 춘향, 장화·홍련, 심청
춘향전: ‘춘향 판타지’와 현실 속 ‘춘향’들의 삶

춘향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국민 연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만도 20여 편이나 만들어졌으며 또 다른 버전으로 개작된 사례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데, 이 책이 다루는 세 편의 고전소설 가운데 남성 혹은 지배자의 욕망이 가장 강하게 투사되어 있는 것이 바로 춘향전과 20세기 개작들이다. 춘향은 여성의 육체와 사랑이 어떻게 모든 주류 이데올로기에 의해 보수적으로 형상화되어 전유될 수 있는지, 즉 젠더 트라우마의 양상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인물이다. 최초의 춘향전 영화(1923가 일본인 감독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은 춘향이 남성들의 성적 판타지의 대상으로서 소비되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조선 기생이 일본인 남성들에게 조선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대표하는 집단으로 일본인 남성들이 조선을 관광하고자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관광 상품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남성들의 성적 판타지를 충족시키기 위해 대부분의 춘향전 영화들은 고전소설의 스토리를 충실히 답습할 뿐 새로운 장면화나 새로운 플롯이 가미되어 있지 않다. 북한에서 제작된 춘향전 영화 역시 몇 가지 사회주의적 요소를 제외하면 남한에서 제작된 춘향전과 흡사한 구성을 띤다. 예외가 있다면 <탈선 춘향전>(1960, <방자와 향단이>(1972, <방자전>(2010 같은 패러디 버전과 <그 후의 이도령>(1936 같은 스핀오프 버전 정도다.
하지만 남성들이 춘향을 흠모하는 이유와 여성들이 춘향을 흠모하는 이유는 유사한 듯하면서도 다르다. 남성들에게 춘향이 오랫동안 공공연한 ‘사랑과 욕망의 대상’이었던 데 비해, 여성들이 춘향을 좋아하는 이유에는 남성들이 춘향을 좋아하는 이유보다 훨씬 복잡한 측면이 있다. 남성들이 춘향을 자신들이 꿈꾸는 이상적 여성상으로 꼽았다면 여성들에게 춘향은 숭배의 대상이자 일종의 롤 모델 같은 인물이었다. 남성으로부터 사랑을 받기도 하지만 스스로 사랑을 쟁취하는 여성 그리고 감히 권력에 맞선 용감한 여성으로서 춘향은 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