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승 교수의 추천 키워드 - “권력”
정재승(뇌과학자
수천 년간 입으로 전해지며 유럽의 문화와 예술, 더 나아가 전세계 지적 전통에 막대한 영향을 미쳐온 그리스·로마 신화. 올림푸스 신들의 이야기를 빗대어 인간과 사회의 본질을 통찰하고있는 그리스·로마 신화는 내 청소년 시절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책이다. 그 불멸의 신화가 가진 매력은 도대체 무엇일까? 뇌과학자가 되어 꼼꼼히 다시 들여다보니, 그리스·로마 신화는 어마어마하고 무시무시하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 인간이 세상을 맞닥뜨리며 경험하는 온갖 인지적 경험들을 생생하게 그려내, 그야말로 ‘희로애락의 만물상’이 그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선 1권에서는 ‘권력’이라는 개념을 열쇳말로 주목하길 바란다. ‘타인을 내 마음대로 통제하고 싶고, 세상을 내가 원하는 데로 바꾸려는 욕망’ 말이다. 우라노스나 제우스, 헤라처럼 엄청난 능력과 권위를 통해 세상을 지배하는 자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주목해 보시라. 그 안에 우리 사회 리더들의 모습이, 엄마·아빠의 모습이, 혹시 내 모습이 보이지 않는가? 권력은 신이나 왕, 대통령처럼 세상을 지배하는 자들에게서만이 아니라, 내 옆에 있는 누구라도 내 뜻대로 하려 들고 상황을 내 맘대로 바꾸려는 모든 순간, 여지없이 작동한다. 사춘기 때에는 유독 이런 욕망이 날마다 치밀어 오른다. 타인과의 관계를 주도하고 세상을 뜻대로 지배할 수 있는 능력은 내 존재 가치를 증명할 뿐만 아니라, 내 뜻대로 상황을 통제함으로써 크고 작은 행복감을 준다는 점에서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과도할 때, 타인에게 얼마나 큰 불행을 야기하는지 또한 신화를 통해 깨닫기를 바란다. 그리스·로마 신화는 그 자체가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