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에게 걷기란 무엇일까?”
낭만주의 시대 엘리자베스 카터부터 현대의 리베카 솔닛, 린다 크랙넬에 이르기까지
걷고 생각하고 행동하고 글을 쓴 여성 문인들에 대한 새로운 기록
역사적으로 여성 작가들에게 세상은 따뜻하지 않았다. 여성은 자신의 문학성을 함부로 드러낼 수 없었고, 늘 여성성에 대한 평가를 받아야 했으며 낯선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런 그들에게 걷기란 하나의 탈출구였다. ‘스트리트워커’는 단순히 걷는 사람을 가리키는 단어가 아니었다.낭만주의 시대부터 현재까지 걷는 여성들은 스트리트워커, 즉 매춘부로 보일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해야만 했다. 장자크 루소, 윌리엄 워즈워스, 헨리 소로우 등 걷는 남성들은 겪어보지 못했을 위협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걷는 모습이 여성적이지 않다는 평가, 혼자 다니는 것으로 위험을 자초해서는 안 되며 많이 걸으면 병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까지, 수많은 울타리가 여성들을 둘러싸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에게 걷기란 세계에 대한 저항이자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이 책에서는 3백 년이라는 시간 속을 걸어온 여성들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엘리자베스 카터는 마치 ‘방랑자’처럼 보이고 싶어 했다. 거친 날씨를 사랑하고 태풍 속에서도 거침없이 걸으면서 자신만의 철학을 완성시켰다. 도로시 워즈워스는 자신의 여성성을 걱정하는 이들을 무시하며 한 사람의 여성이자 작가로서 걸었고 풍부한 감정을 담은 문장으로 그 산책의 의미를 표현했다. 버지니아 울프는 낯설고 기묘한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그 안에서 자신만의 글을 끌어내기 위해 걸었다. 그리고 세상의 낯섦을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했다. 아나이스 닌은 자유롭고 싶어서, 그리고 마음껏 사랑하기 위해 걸었다. 어떤 이들에게는 기행으로 보일 수 있는 자유분방함과 도시 산책을 거리낌 없이 솔직하게 표현했다. 셰릴 스트레이드는 걷기를 통해 바닥까지 떨어진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고자 했다. 극한의 산맥을 걸으면서 거칠고 불친절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여성이자 인간인 자신의 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