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신흥기술과 관련된 디지털 패권경쟁은 초기에는 부문별 기술경쟁 정도로만 이해되는 미시적 차원의 문제였을지라도, 그 양이 늘어나면서 ‘국가안보’의 문제로 비화되는 성격을 지닌다. 그야말로 양질전화(量質轉化이다. 또한 신흥기술 안보의 문제가 오프라인 공간의 무역이나 금융과 같은 경제안보 문제와 만나고 더 나아가 사이버 공간의 데이터 안보 문제 등과 만나면서 안보 문제로서의 폭발력을 키워나간다. 이는 신흥기술 안보의 이슈연계 메커니즘이다. 결국 이러한 신흥기술 안보의 양적·질적 창발 과정이 군사나 외교와 같은 전통 안보의 영역에 이르게 되면 기술안보의 문제는 지정학적 경쟁의 대상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_ 13쪽, ‘서론’
미국 정부는 2020년 8월 국가안보를 이유로 틱톡을 금지하고 틱톡과 관련한 미국 내 자산을 모두 매각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바이트댄스는 오라클, 월마트 등과 매각 협상을 벌이면서 미국 내 틱톡 사업을 관장할 ‘틱톡 글로벌’을 만들기로 합의하기도 했지만 여러 가지 문제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중국 정부가 AI 알고리즘과 같은 틱톡의 핵심 기술을 수출제한 목록에 올리는 맞불 정책을 펴면서 틱톡 매각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중국의 플랫폼 기업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제재는 향후 그 대상 기업을 바꾸어가면서 더욱 확대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_ 87~88쪽, ‘제2장, 디지털 플랫폼 경쟁’
미국의 공공외교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여 보편적 이념 네트워크의 구축을 지향한다면, 중국의 경우는 베이징 컨센서스의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은 일종의 동병상련 네트워크나 화교 네트워크와 같은 디아스포라 네트워크 등을 활용하는 양상으로 그려진다. 또한 미국이 시민 권력에 대한 강조와 함께 정부 간 상호작용을 넘어서는 비국가 행위자들과의 네트워킹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면, 중국은 미국의 패권에 대한 대항 전선을 구축하는 차원에서 개도국의 국가 행위자들을 상대로 한 내 편 모으기에 주력한다. 예를 들어, 최근 중국은 개발원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