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시대에 예술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미국의 저명한 미술사학자 데이비드 조슬릿의 『예술 이후』는 세계화와 디지털 네트워크, 금융자본주의 시대에 예술이 중대한 변화를 겪어왔음을 지적하면서 동시대 예술의 생태학을 새롭게 수립하기를 제안한다. 저자는 이에 대한 하나의 제안으로서 미학적 기본 전제를 ‘작품’이라는 특화된 사물이 아니라, 이미지라는 추상적 단위로 옮겨놓는다.
오늘날 이미지는 “거의 무한하게 재매개되기 쉬운 시각적 바이트(byte”(11쪽로 존재하며, 다양한 표면 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한다. 물론 디지털의 시대가 도래하기 전에도, 발터 벤야민이 주목했던 ‘기술 복제 가능성’에 기반한 이미지, 장 보드리야르가 말한 ‘시뮬라크르’ 이미지는 전통적 예술의 근간을 이루는 원본성의 특권과 위계를 위협하거나 능가하곤 했다. 조슬릿은 여기서 더 나아가 오늘날 이미지의 집단적이고 폭발적인 힘, 즉 이미지의 ‘창발성(emergency’에 주목한다. 말하자면, 이미지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사태, 이미지의 힘이 다름 아닌 접속 내지 연결에서 나오고, 무한한 확장성과 변형 가능성을 지녔고, 일련의 강도와 흐름을 형성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다.
따라서 이제 중요한 것은 예술작품이 어떻게 이미지로 순환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며, 이에 따라 저자는 작품 혹은 이미지의 내용보다도 그것들이 순환·파급·변형되어 생겨나는 미학적 가치를 규정해 새로운 네트워크의 미학을 제안함으로써 현재의 예술과 건축에 적합한 가장 효과적인 해석의 틀을 제공하고자 한다.
‘예술 이후’, 작품에서 네트워크 미학으로
조슬릿이 이야기하는 ‘예술 이후’란, 갈수록 작품의 실체를 규정하는 일이 곤란해지는 동시대 미술의 사태를 지시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예술(혹은 미술이라는 개념을 작품이라는 단위에서 ‘이미지’의 연결성과 흐름이 만들어내는 힘/여파 그 자체로 돌리는 개념적 전환이다. 저자는 ‘예술 이후’라는 이 책의 제목이 어떤 의미인가를 ‘포스트(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