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지 속에 존재하던 생리용품이 양지로 나오기까지
생리용품을 둘러싼 이데올로기와 여성 생활사
“지금 생각해 보면 끈적끈적한 피로 젖어서 출렁출렁하는 것을 하루 종일 내내 하고 있어야만 했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었어. 그래서 그걸 양동이 물에다가 씻어서 헛간 안에다가 말렸었어. 제대로라면 햇볕에 말려서 소독을 해야 좋지만 그 당시는 부정不淨한 것이니까 태양님에게 내보이면 안 된다고 어머니가 말했었어.” (44쪽
“생리는 부정하다는 의식이 강하여 어머니도 선생님도 생리용품의 처리에 대해서 엄중한 분위기 속에서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말하였다. 또한 생리 밴드의 세탁물은 위에서부터 덮개를 씌워 감춰 두었다.” (91쪽
인용한 부분은 1910년 전후에 태어난 여성과 1950년 전후에 태어난 여성의 인터뷰 내용이다. 생리와 관련된 경험을 이야기하는 그녀들의 목소리는 40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하게도 상당 부분 유사하다. 생리가 부정하다는 인식이 오랫동안 유지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에 전환점이 되어 준 것이 이 책의 3장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일회용 생리대 ‘안네 냅킨’이다. 저자는 여성의 사회 진출을 서포트하고 그녀들을 물리적, 심리적으로 자유롭게 한 실적을 일회용 생리대의 발전에서 찾는다. 물론 일회용 생리대가 가진 한계 역시 존재하지만, 이것이 있었기에 천 생리대나 생리컵과 같은 새로운 생리 처지 방법으로의 진화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월경 오두막, 월경대, 일회용 생리대, 천 생리대, 생리컵 등. 생리 처치 방식의 변화에는 이처럼 여성과 생리에 대한 당대 사회의 이데올로기가 반영된다.
그렇다면 생리를 둘러싼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과거의 문제들이 모두 사라졌을까? 탐폰과 생리컵에 따라붙는 색안경은 여전히 건재한 편견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전 세계 각국에는 불충분한 생리용품과 월경에 대한 터부시로 고통받는 여성들이 존재한다. ‘생리 빈곤Period Poverty’이라는 단어가 단적으로 보여 주듯이 경제적인 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