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에서 만난 새까만 강아지가 그림책으로…
‘척’이란 낱말은 그럴 듯하게 꾸미는 거짓 모양이나 태도를 나타내는 의존명사입니다. 생활 속에서 ‘보고도 못 본 척, 알고도 모르는 척, 하고도 안 한 척’ 같은 용례로 자주 쓰이는 말이지요. 이번 책은 낱말 ‘척’이 제목뿐 아니라 내용에서도 아주 빈번하게 활용되어 등장합니다. 이야기가 전개되는 상황 속에서 자연스럽게 ‘척’이란 낱말의 쓰임을 익히며, 겉으로 드러난 표정과 다른 주인공의 속마음을 꿰뚫어 볼 수 있습니다. 책을 다 읽은 뒤에는 ‘척’이라는 낱말을 넣어 문장을 연습해 보아도 좋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라 개입니다. 특이하게도 엄마 개는 누렁이인데 새끼는 새까만 강아지랍니다. ‘어머, 어떻게 엄마가 누렁인데 새끼가 새까맣지?’ 지어낸 상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을 쓰고 그린 장순녀 작가님이 제주도에서 실제로 만난 엄마 개와 강아지라고 합니다.
작가님이 제주도 한 마을의 돌담길을 걷고 있는데, 새까만 강아지가 하수구에 빠져 낑낑거리고 있었대요. 안쓰러워 보였던 작가님은 강아지를 안아서 땅 위로 올려 주었죠. 어느 집 개일까 둘러보는데, 저쪽에서 누렁이가 멍멍 짖더랍니다. 그 소리를 들은 까만 강아지는 당장 그 누렁이한테 달려갔지요. ‘어, 서로 아는 개인가?’ 궁금하던 차에, 마침 지나던 동네 어르신이 “저 누렁이가 깜돌이 어미여.” 알려 주셨대요. 그 순간 작가님은 궁금해지기 시작했어요.
‘까만 개는 어떡하다 하수구에 빠졌을까?’
‘저 어미 개는 언제부터 까만 개를 보고 있었을까?’
‘까만 개를 바라보는 어미 개의 심정은 어땠을까?’
‘저 둘은 돌아가면서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이 그림책은 작가님의 이런 궁금증이 상상의 날개를 달고 이야기로 피어난 작품입니다. 그러고 보면, 맨 처음 깜돌이네 집 담장 밖을 걸어간 분홍 모자를 쓴 여행객은 실제 작가님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네요. 책의 뒤표지에 분홍 모자를 쓴 사람이 누렁이 엄마 개와 까만 강아지를 그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