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디자인을 전시하는 전략들의 어려움
그래픽 디자인과 화이트 큐브가 맺는 이러한 관계를 몰랐을 리 없는 그래픽 디자이너와 큐레이터들은 그간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시도해 왔다. 맥락 실종의 어려움을 회피하기 위해 최종 결과물은 어디에도 전시되지 않은 전시, 혹은 아예 전시회 자체를 디자인 대상으로 삼아 이러한 맥락의 부재 문제를 드러냄과 동시에 맥락을 부여한 전시, 디자인이라는 행위가 왜곡되는 어려움에 맞서기 위해 사회적 과정 자체를―말하자면 디자인이 진행되는 현장 즉, 작업실을―화이트 큐브로 통째로 옮긴 전시, 그래픽 디자인 전시가 지니는 자기 지시적 속성을 이용해 화이트 큐브를 전용하고 교란한 전시, 미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시에 이용되는 매체와 기법을 극단까지 실험한, 어떻게 보면 다원 예술에 어울릴 법한 전시까지, 다양한 전략이 구사된다.
그 밖에도 저자들은 처음 언급된 어려움이 모조리, 혹은 일부 노출된 전형적인 그래픽 디자인 전시회부터 데이터베이스에 기초한 전시, 똑같이 데이터베이스에 기초하더라도 의도와 목적에 따라 다른 결과와 효과를 창출한 전시, 최종 결과물이 나오기 전까지 어느 정도는 픽션의 성격을 띠는 그래픽 디자인 활동의 본질을 드러내 대체 현실을 탐구하는 비평적/공상적 디자인 전시, 팬데믹 이후 가속이 붙은 온라인 전시 조건을 실험한 전시 등을 살피고, 그 전략들의 실효를 분석한다. 전략의 실천들을 회고적 시점에서 돌아보고, 당시에는 선명히 드러나지 않았던 약점을 간파하고, 미래로 끌어 쓸 수 있는 잠재한 가능성을 타진한다.
그래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시하는 전략들의 다음 행선지는?
이러한 어려움에도 우리가 그래픽 디자인을 전시하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 문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흔한 물건들의 폭넓은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의미를 성찰해 볼 흔치 않은 기회를 창출해 주기 때문이다. 물론, 책이나 웹사이트도 비슷한 역할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전시회는 물리적인 거리를 굳이 극복하고 전시장을 찾아 다른 관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