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
“먼저 간 우리들의 친구, 소희의 명복을 빌어 줍시다.”
한 달 전, 담임 선생님은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 소희의 인스타그램에 새로운 피드가 올라오다니. 이럴 수는 없었다. 예원은 후들거리는 다리에 힘을 주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차분하게 알아내야 했다.
본문 16p <프롤로그> 중에서
소희는 눈을 갸름하게 떴다. 곧장 정 실장의 큐 사인이 떨어졌다. 귓가에는 시오의 노래가 흘러들었다. 가볍고 밝은 노래였다. 소희는 잠깐 망설이다가 살랑살랑 춤을 췄다. 뽀드득뽀드득, 눈 밟히는 소리는 경쾌했고 얼굴에 닿아 부서지는 조명 빛은 포근했다. 편안했다. 정 실장이랑 일을 시작한 뒤로 처음 느껴 보는 감정이었다.
본문 38p <15개월 전, 그날부터> 중에서
“또 뭘 올린 거야······?”
예원은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그 피드에 달린 댓글들을 확인했다.
- 넘 예뻐요.
- @sky_324 취저 아님?
- 아, 잘 어울린다.
팔로워들은 친구까지 소환하며 소희의 계정을 공유하고 있었다. 이 시간까지 소희는 혼자가 아닌 거였다. 예원은 문득 서글퍼졌다. 예원은 혼자인 적이 거의 없는 아이였다. 그런데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특히 공부에 파묻혀야 하는 시간은 거의 혼자였다. 고등학생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예원은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래도 스멀스멀 올라오는 서글픔은 누를 수 없었다. 예원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그 아이가 없었더라면, 예원의 서글픔은 더 커졌을 거였다.
본문 100p <15개월 전, 그날부터> 중에서
학교는 온통 소희 이야기로 들썩거렸다. 삼삼오오 둘러앉은 아이들은 게시 글의 진위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게시 글을 믿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 아이들은 앙칼진 목소리로 소희가 그럴 줄 알았다는 둥 갑자기 소희의 스타일이 변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둥 떠들어 댔다. 아이들은 누구도 진실을 알고 싶어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