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박민아 물질이 들려주는 이야기
주제 서평
신광복 물질, 합의, 다원주의, 그리고 실재주의 《물은 H2O인가?》
문규민 물질의 행위생태학: 물物의 약동 《생동하는 물질》
김지은 다시, 그러나 다른 ‘몸’을 상상하기 《몸 페미니즘을 향해》
안연희 성물의 역설과 활력으로 쓴 물질의 종교사 《그리스도교의 물질성》
조태구 질료 현상학: 현대 프랑스 현상학의 두 갈래 길 《물질에 관한 현상학》
심효원 20세기의 미디어 역사 / 21세기의 미디어학 역사 《축음기, 영화, 타자기》
유상운 기술로 사회 다시 보기 《미국 기술의 사회사》
전현우 중동의, 그러나 사실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 《탄소 민주주의》
비주제 서평
서보경 페미니즘과 거대한 규모의 의학 《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언다잉》·《질병과 함께 춤을》
권용란 서양 인류학자의 시선으로 본 한국의 여성 의례 《무당, 여성, 신령들》
최치원 막스 베버의 ‘방법론’ 번역과 문화자본 《문화과학 및 사회과학의 논리와 방법론》
에세이
배세진 정세 속에서 인류학 하기: 데이비드 그레이버의 비판 이론에 관하여
<책속에서>
저자가 생각하는 과학의 성공이란 독점적 진리를 얻는 것이 아니라, ‘많은 진리’를 얻는 것이다. 여기서 ‘많은 진리를 얻으라’는 말은 되도록 많은 실재에서 진리를 얻으라는 요구이기도 하지만, 하나의 실재에서도 되도록 많은 진리를 얻으라는 말이기도 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후자가 저자의 요구임에 틀림없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코끼리를 만지는 사람들로 우리를 비유하는 대목에서 확실해진다. 저자는 이 비유를 언급하며 “우리 자신의 특수한 경험을 너무 많이 일반화하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할 뿐 아니라, 더 많은 협력자들을 모아서 코끼리의 다양한 부분들에 도달하려 노력해야 한다”(532쪽라고 말한다. […] 따라서 저자의 능동적 실재주의는 다원주의를 옹호해야만 실천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40쪽 · 신광복, 〈물질, 합의, 다원주의, 그리고 실재주의〉
물질적 생기는 “인간의 의지와 설계를 흩뜨리거나 차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간과 독립적으로 실재하는 힘이다. 이런 독립성은 생기가 “자신만의 궤적, 성향, 경향을 지닌 유사 행위자나 힘”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확인된다. 결국 물질적 생기란 물질에 내재적으로 실재하는 힘, 능력,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물질의 작용action은 곧 물질의 행위action이고, 물질적 생기는 그렇게 행위할 수 있는 능력, 즉 행위성인 것이다. 작용하고 행위하는 물질이 있다면, 물질적 생기도 있다.
51쪽 · 문규민, 〈물질의 행위생태학: 물物의 약동〉
피와 살과 수많은 신경 세포로 이루어진 여성의 ‘몸’을 살아있는 물질이자 유기체로 다시 사유하는 것, 몸의 자취를 다시 따라가고,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몸의 이미지를 상상하는 것, 나아가 몸에 대한 대안적 설명을 진전시키는 것은 지난한 작업이지만, 남성 중심의 권력 체계와 그에 맞게 직조된 지식 체제에 미세하지만 효과적인 균열을 만들기 위해 필수적인 작업이다. 그로스가 1980년대부터 착수해 1990년대에 꽃피운 이 험난한 작업은 약 3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