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각을 탐구하는 여정
생생한 삶의 이야기들
“심장이 뛰고 숨이 가쁘고 몸이 뜨거워지게 만드는 분노에서
이런 신체감각을 모두 제거한다면
더 이상 같은 감정이 남아 있다고 할 수 있을까.” _본문 12쪽
우리는 삶의 많은 영역에서 촉각을 잃어버렸다. 대부분의 판단을 시각에 의존해 내리고, 친구나 가족과도 좀처럼 살을 맞댈 일이 없다. 〈1년 동안 감금당하고 1억 받기 VS 그냥 살기〉라는 밸런스 게임 게시물에는 당연히 1억을 받겠다는 댓글이 줄줄이 달린다. 그러나 자가격리 기간에 답답해 미칠 뻔했다는 코로나19 확진자의 토로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인터넷만 있으면 얼마든지 혼자 살 수 있다고 믿는 시대, 동시에 많은 이들이 잠시나마 접촉의 소중함을 실감한 지금, 『한없이 가까운 세계와의 포옹』은 “조용하게 떨리는 성찰의 시간을 제공한다”.
심지어 속옷을 고를 때조차 착용감보다 눈에 보이는 디자인을 중요시할 정도로 촉각을 경시하는 문화는 하루아침에 나타난 것이 아니다. 그 배경에는 촉각을 비이성적이고 야만적인 감각으로 치부하는 유구한 편견뿐 아니라, 과학적 몰이해가 자리 잡고 있다. 흔히 촉각이 없는 삶을 상상할 때 피부에 닿는 감촉을 못 느낀다고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 촉각을 잃으면 몸의 움직임도 함께 잃는다.” 가슴 설레는 행복감과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 같은 감정도 사라진다. 촉각은 실존의 감각이고, 우리가 감정을 느끼게 하는 내면의 언어이다.
촉각에 관한 학술적 접근뿐 아니라 저자가 온몸으로 부딪친 취재들이 이 책을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든다. 저자는 촉각을 잃어버린 워터먼, 촉감에서 감정을 느끼는 ‘공감각자’ 윌리엄스, ‘촉각이 있는 의수’를 장착한 스페틱 등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으며 촉각의 중요성을 피부에 와닿게 전달한다. 이들의 삶을 대하는 저자의 태도도 인상적이다. 이들의 삶을 촉각의 가치를 드러내는 증거로만 삼는 것이 아니라, 다소 엇갈리는 주장도 있는 그대로 소개한다. 그 탓에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