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판 서문
프롤로그 ─ 그만둘 수 없는 싸움이라면
1부 ─ 성희롱 따위 인생에서 없으면 좋겠지만
기억하기 싫은 순간이라도
혼자 끙끙 앓지 말고
자책은 피해자의 몫이 아니다
기왕에 맞을 파도라면
2부 ─ 우리를 오락가락하게 하는 것들
성희롱인 듯 아닌 듯 불쾌한 터치
유부남 직장 상사가 나를 사랑한다고 말한다면
데이트폭력은 없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연애가 끝난 뒤
3부 ─ 성평등 사회 좋아하시네
일상화된 차별을 거부하는 감수성
은폐된 차별이 더 공고하다
여성 변호사는 성희롱에서 과연 자유로울까
혐오는 비겁함에서 비롯한다
법원의 판결이 피해자를 두 번 울린다
성희롱 예방 교육의 쓸모
여성가족부는 누구를 위한 곳일까
4부 ─ 예민한 언니의 쓴소리
마녀가 어때서
오롯한 나로 살아가기 위하여
이 남자가 나를 부양해줄 거라는 위험한 상상
때론 허세가 필요하다
여자들이 살아남는 법
에필로그 ─ 피해자 편에 서는 변호사로 산다는 것
세바시 강연록 ─ 성폭력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지 않으려면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로서
더 많은 피해자를 구한 여성의 이야기
잘나가는 ‘삼성맨’이었지만 직장 내 성희롱을 경험하면서 성범죄 전문 변호사로 변신한 이은의 변호사의 일대기는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다. 흔치 않은 저자의 이력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그녀의 이야기가 성폭력 피해자를 비롯해 일상에서 크고 작은 성차별에 부딪히는 요즘 여성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성폭력을 당했음에도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여성들을 생각하면 저자는 소위 ‘성공한 생존자’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녀도 기나긴 싸움을 하기로 마음먹기 전까지는 힘없는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의 한 사람에 지나지 않았다.
이 책을 들여다보면 성폭력을 다룬 다른 책들과 달리 너무 어둡거나 무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슬픔에 매몰되는 대신 특유의 쾌활함과 당돌함으로 힘든 시간을 견디고, 끝내 자신과 같은 피해자들이 기댈 어깨를 내어주는 ‘언니 중의 언니’가 되고 만 한 여성의 이야기이기에 그럴 것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한 개인에게는 너무나 버거운 일이었을 테지만, 이런 아픔을 딛고 일어난 덕분에 저자가 성폭력 피해자만이 느끼는 자책과 수치심이 뒤얽힌 복잡한 감정까지도 남다르게 공감하는 변호사가 되었으리라고 짐작할 수 있다.
‘나에겐 일어나지 않을 줄 알았던 일’이 일어났을 때
가장 믿을 만한 대처법을 찾는다면
최근 뉴스를 보면 일터에서, 학교에서, 데이트 중에도 많은 여성이 몰래카메라나 성관계 동영상 촬영 및 유포에 이르기까지 상상을 초월하는 종류와 강도의 성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너무 일상적으로 행해져 이제는 대수롭지도 않은(! 외모 평가나 여성 폄하 혹은 혐오 발언까지도, 넓은 의미에서 성폭력에 속한다. 언제 어디서 성폭력을 당할지 모르는 이러한 상황에서 어느 여성에게든 ‘나라고 해서’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는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일들이 여러 여성에게 ‘내가 너무 예민해서 그런 건가?’라는 생각을 불러일으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