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소중한 것, 나의 마음을 지킬 용기
『잊었던 용기』는 맑고 서정적인 화풍으로 주목받는 신예 작가 휘리의 새 그림책이다. 전작 『허락 없는 외출』 『곁에 있어』를 통해 어린이의 단단한 마음결을 그려 온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우정을 지키려고 분투하는 어린이의 마음을 응시한다. 멀어진 친구와 가까워지기 위해 애쓰는 아이의 애틋한 시간을 그리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아름다운 자연 풍경으로 인물의 감정 변화를 표현해 감동과 여운을 남긴다. 이야기 속 가장 빛나는 장면 중 하나는 주인공이 멀어진 친구에 대한 원망이나 미움 대신 여전히 친구와 함께하고 싶다는 자신의 진심을 깨닫는 장면이다.
친구와 다시 가까워지고 싶어.
손잡고 인사하고
하루 동안 일어난 일을 다 말하고 싶어.
_본문 중에서
어린이가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는 순간을 한 장면씩 쌓아 올리며 소중하게 그린 작가의 시선이 귀하고 미덥다. 누군가와 관계 맺으며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 나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전할 용기를 북돋우는 이야기이다.
모두의 유년과 어린이의 오늘을 환하게 비춰 주는 책
『잊었던 용기』는 휘리 작가가 유년의 추억을 담은 에세이(웹진 『비유』 수록를 그림책으로 구성해 펴낸 것이다. 작가는 어린 시절 우정을 되찾기 위해 처음 용기 냈던 기억을 떠올리며 투명한 수채화 그림으로 모든 장면을 연출하였다. 담백한 글과 서정적인 자연 풍경의 어울림으로, 때로는 빛깔과 바람의 방향만으로 인물이 느끼는 시간의 중력과 감정을 담아냈다. 이야기는 ‘나’를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다 읽고 난 뒤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를 기다렸을 ‘친구’의 마음도 헤아릴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꾹꾹 눌러 왔던 ‘나’의 마음을 ‘친구’가 알아주고, 밝게 인사하며 둘이 서로에게 다가가는 장면은 안도감을 선사하는 동시에 누군가와 우정을 나누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넌지시 일러 주기도 한다. 주변이 온통 하얀 겨울부터 시작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