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말: 실패할 수밖에 없어서 재미있는 일
1. 발견되는 말들
복권에 당첨된다면_이다울
여전히 살아 있다면_안희제
아픈 언어들의 백일장을 열고 싶어요_이다울
‘당신’에게 초점을 맞추겠습니다_안희제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는 것처럼요?_이다울
2 2인칭의 말들
아픈 척을 하기도 어려워졌습니다_안희제
매끄러워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립니다_이다울
우리는 계속 미끄러지고 있습니다_안희제
피고와 원고는 모두 저입니다_이다울
그들에게 한 방을 날릴 수 있을 겁니다_안희제
3. 넓어지는 말들
병원 방문의 고수가 되었습니다_이다울
저는 ‘착한’ 환자입니다_안희제
청순가련을 꿈꾸는 천하장사 소녀였지요_이다울
가련한 모습을 들키고 말았습니다_안희제
각종 진통제를 삼킬 수밖에 없잖아요_이다울
4. 다시 태어나는 말들
조금 다른 구원과 희망을 상상합니다_안희제
춤을 춘 뒤 근육통으로 일어나지 못할 겁니다_이다울
불일치에 대하여_안희제
우리가 최애 캐릭터만 다르겠습니까!_이다울
병신, 게으름뱅이, 꾀병 같은 말을 들으면서도_안희제
맺음말: 어쩌면 성공한지도 모르는 일
주
참고 문헌
“어그로꾼이 되고 싶었는데 너무 짖궂나요?”
90년대생 만성질환자들의 호쾌한 질병 대화
이 책은 《난치의 상상력》으로 주목을 받은 안희제와 《천장의 무늬》로 ‘우리 시대의 버지니아 울프’라고 불린 이다울이 ‘몸’이라는 언어로 쓴 편지다. 완치를 기대할 수 없는 만성질환자, 90년대생, 질병과 사회에 관해 꾸준히 글을 써왔다는 것까지. 공통점이 더 많을 것이라 여기고 호기롭게 시작한 편지는 그러나 단지 ‘아픈 사람’으로 뭉뚱그릴 수 없는 서로의 무수한 차이점들을 발견하게 되면서 이해보다는 오해를, 공감보다는 치열한 대결로 나아가며 곳곳에서 충돌한다.
시종일관 다정한 인사말로 시작해 살뜰한 맺음말로 끝나지만, 한편으로 날카롭고 정확하게 도발하는 이다울과 각종 논문과 책 등을 인용하며 막힘없이 맞받아치는 안희제의 반격은 애정이 기반인 기존의 서간문의 문법을 뒤집어엎고, 급기야 편지를 중도에 그만두는 사태가 일어날 정도로 극렬한 위기를 맞는다.
그러나 두 저자는 그 ‘불일치’를 고대해온 것만 같다. 과학기술이 몸을 대하는 방식에 대한 대립부터 약자를 타자화하는 것에 대한 우려, 질병의 당사자성이 갖는 한계까지 격렬한 논쟁을 벌일 때마다 사유는 더욱 새롭게 확장되기 때문이다. 그런 격렬한 논쟁 속에서도 둘은 ‘덕질’로 신나게 수다를 떨기도, 서로의 책에 밑줄을 긋기도 하며 슬그머니 다정함을 전한다. 걱정이 많은 이다울을 대책 없는 낙관으로 이끄는 안희제의 편지는 명랑하기까지 하다. 상대에게 얼얼한 카운터펀치를 날리고도 후환을 두려워하기는커녕 답장이 언제 올까 두근거리는 것이 서로 꼭 닮아 독자를 웃기기도 한다. 우리가 ‘아픈 사람’에게 흔히 기대하는 연대와 위로 같은 게으르고 순진한 편견을 사이좋게 배반하는 이 90년대생 만성질환자들의 호쾌한 대화가 질병과 장애, 몸을 대하는 우리의 세계를 더욱 넓힐 것이다.
“통증에 이름을 붙이는 백일장을 열고 싶어요”
아픔이 언어가 된다면 세계는 터져버릴 것이다
섬유근육통은 “첫 증상을 경험한 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