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몰랐던 나의 또 다른 이름,
‘동양인’
나다움어린이책 창작 공모 대상작 『비밀 소원』을 쓴 김다노 작가의 두 번째 이야기 『비밀 숙제』가 나왔다. 초등학생 5학년 이랑은 아빠와 단둘이 먼 나라로 유학을 왔다. 이곳에서 하루하루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이랑은 한국에서는 몰랐던 자신의 또 다른 이름을 알게 된다. 바로 ‘동양인’. 한번도 스스로를 동양인이라 구분 지어 생각한 적 없는 이랑은 이 새로운 이름 앞에서 혼란스러워지는데……. 이랑은 한국인이지만, 케이팝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김치보다 맥도날드를 더 좋아한다. 그런데 이랑은 자주 자신이 한국인인지 아닌지 증명해야 하는 순간과 마주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당연한 사실은 곧, 이랑이 동양인임을 그래서 차별의 대상이 됨을 더욱 견고하게 만든다. 숙제처럼 이어지는 나날 속에서 이랑은 자신에게 그어진 동양인이라는 새로운 구분 지음 앞에서 한동안 서성이는데. 내가 아닌 타인이 그은 선 앞에서 그대로 머물 것인가 아니면 선을 밟고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이랑은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가 한국인인지 아닌지 증명하는 게 필요한 일인가’
차별은 그렇게
광장에 머물렀다
“네 가방 좀 보여 줄래?”
“내 말은, 네가 도둑인 것 같으니까 가방 좀 보자고.”
“얘 같은 어린 동양인들 중에 도둑이 정말 많거든. (… 이 작은 쥐 같은 눈빛을 가진 애들은 백 프로야.” _ 57~59쪽
점원의 말 앞에서 이랑은 한동안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한다. 이랑은 알았다. 자신이 ‘어린 동양인’이기 때문에 도둑으로 의심받는 건 부당하다고, 하지만 그 사실을 어떻게 반박해야 할지 몰랐다. 공적인 장소에서 벌어져 마치, 그래도 되는 행동인 양 여겨지는 직접적인 차별에서부터 일상에서 은밀하게 일어나 차별이라고 이름 짓기 애매한 사소한 차별들까지. 당하는 사람들은 그 상황 속에 홀로 남겨진다. 내 존재를 부정해야만 받아들일 수 있는 ‘인종차별’이라는 논리 앞에서 이랑 역시 혼자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피한다.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