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는 어떻게 폭동을 일으키는가?
사회적 무시와 모욕에 대한 분노로부터 모든 정치적 투쟁이 시작된다
현존하는 가장 중요한 철학자 중 한 명인 악셀 호네트의 대표작 『인정투쟁』이 출간되었다. 악셀 호네트는 1세대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 2세대 하버마스의 뒤를 잇는 3세대 프랑크푸르트학파 철학자로, 현재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산실인 사회연구소 소장이다. 『인정투쟁』은 1992년 출간 이후 철학과 정치학을 혁신하며 사회이론의 지평을 확장시킨 현대의 고전이다. 이번 책은 특별판 원고를 덧붙인 2003년 판본을 번역한 것으로, 지난 10년간 절판된 책을 저작권자와의 정식 계약을 통하여 번역을 수정한 개정증보판이다.
최근 선진국 한복판에서 벌어진 ‘영국 폭동’은 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정치적으로 평화롭다고 믿었던 ‘신사의 나라’ 영국이 폭력, 약탈, 방화가 난무하는 무법천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폭동의 원인을 둘러싸고 서로 다른 주장들이 나왔다. 캐머런 영국 총리는 청년들의 도덕성 붕괴가 폭동을 일으켰다며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가 폭동의 근본 원인을 무시한다고 여긴다. 이에 반해 대다수 사회학자들은 청년층의 상대적 박탈감이 원인이라며 분배정의 실현을 요구하지만, 그들은 그런 박탈감이 어떻게 폭동을 일으키는 동기가 되는지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악셀 호네트의 『인정투쟁』은 이러한 폭동의 원인과 그 의미에 대해 신선하고 풍부한 이론적 성찰을 줄 수 있는 책이다. 호네트는 『인정투쟁』에서 도덕성 붕괴와 상대적 박탈감을 따로 떼어놓고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투쟁 속에서 규범적 문제와 사회경제적 문제가 어떻게 결합되고 접합되는지를 고찰한다. 많은 사회 문제에서 반복하여 등장하는 도덕성과 사회구조의 딜레마를 ‘인정투쟁’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돌파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호네트는 다양한 사회 문제 뒤에 감춰진 사회적, 정치적 투쟁의 근본 원인을 밝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