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상세보기

도서명 두 개의 밤 - 고래뱃속 창작 그림책 39 (양장
저자 퍼트리샤 토마
출판사 고래뱃속(아지북스
출판일 2022-04-25
정가 13,000원
ISBN 9791190747738
수량
착한 사슴도 나쁜 늑대도 없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수많은 동화와 옛이야기 속에서 늑대는 악의 역할을, 사슴은 선의 역할을 담당해 왔습니다. 선량한 사슴은 늑대에게 쫓기다 무사히 구출되고 사악한 늑대는 나쁜 짓에 대한 응징을 당합니다. 『두 개의 밤』도 얼핏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굶주려 포악해진 늑대가 무고하고 어린 사슴을 쫓는 이야기니까요. 하지만 이 이야기는 사슴이 늑대에게 잡아먹히는 비극으로도, 늑대가 사슴을 놓치는 해피엔딩으로도 끝나지 않다는 데서 다시 시작됩니다. 사슴에게 따뜻한 엄마 품이 있는 것처럼 늑대에게도 가족들이 간절히 기다리는 집이 있었습니다. 아내의 배 속에는 태어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아기가 자라고 있지요. 이 사실을 아는 순간, 쫓고 쫓기는 긴장감만 팽팽하던 숲은 저마다의 생이 펼쳐지는 숭고한 삶의 터전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하나의 잣대로 내리치면 세상은 쉽게 선악으로 쪼개집니다. 이분법으로 잘라 나누면 잠시 명쾌해 보일 수는 있겠으나 그것은 실제 우리의 삶이 아닙니다. 간단히 정리될 수 없는 수많은 것들이 교차하고, 생명과 죽음이 끝없이 이어지는 세상에서 절대적인 것이란 없습니다. 착한 사슴과 나쁜 늑대는 말 그대로 동화 속에나 존재할 뿐입니다.


‘하나의 밤’이 ‘두 개의 밤’이 되는 순간

여느 이야기처럼 사슴이 엄마 품으로 돌아간 뒤 책이 끝났다면 우리는 늑대의 이면을 알 수 없습니다. 늑대의 시간도 사슴의 시간만큼 애틋하고 뭉클하다는 것도 느끼지 못하죠. 먹잇감을 놓치고 터덜터덜 어딘가로 향하는 초라한 뒷모습에 시선을 두었을 때부터 우리는 늑대의 삶 속으로 들어갑니다. 사슴을 보면서 사슴의 세계에 대한 시선이 생겨나듯 늑대를 보면서 늑대에 맞는 시선이 생겨납니다. 보게 되면서 드러나고 드러나면서 이해되고 이해되면서 공감하게 되는 이 순간, 사슴이 주인공이던 하나의 밤은 늑대도 주인공이 되는 두 개의 밤으로 변합니다. 보지 않아서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 속속 눈에 들어오면 두 개의 밤은 다시 무한한 밤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