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의 나를 잊고 보낸 어느 특별한 하루
◆ 사자 그림자의 오늘
사자에겐 사자의 그림자가 있어요.
사자의 그림자에겐 사자가 있고요.
둘은 항상 붙어 있었는데, 어느 날 사자가 죽고 나서
사자의 그림자는 홀로 남겨졌답니다.
지루해진 사자의 그림자는 한참을 걷다가
우연히 아리에트를 발견했어요.
“바로 이거지!”
◆ 아리에트의 오늘
간밤에 비가 온 것 같진 않은데
이상하게 오늘 아침 물웅덩이가
등교하는 아리에트를 기다립니다.
흠, 거기에는 말수 적은 아리에트가 아닌
사나운 사자가 비치는군요.
이상하게 좀 힘이 솟는 것 같은데요…
◆ 아리에트 그림자의 오늘
아리에트와 나, 우리 제법 괜찮거든요.
누가 보아도 똑 닮은 우리는
싫어하는 것도 똑같고 좋아하는 것도 똑같아서
누구보다 편안한 사이라고요.
그런데 오늘따라 왜인지 쓸쓸하네요.
설마... 아리에트가 나를 잊은 걸까요?
뭔가 재밌는 사건이 일어날 것만 같은 예감, 어제와는 다른 오늘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드는 아침이 있다. 사자가 죽은 뒤 함께할 존재를 찾아 슬렁슬렁 길을 걷던 사자의 그림자도, 꾸역꾸역 스웨터를 입고 양말을 신으며 학교 갈 준비를 하던 아리에트도 따분한 얼굴로 아침을 맞는다. 그러나 둘의 오늘은 낯설고 이상한 환희로 가득 차게 된다. 아리에트는 자신감 넘치는 태도와 사납고 거친 행동으로 학교를 누비며 처음 느껴 보는 에너지를 마구 발산한다. 사자의 그림자 역시 아리에트의 생활과 공간을 마음껏 누비며 만족스럽고 즐거운 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맹수 같은 모습은 학교에서 그리 환영받지 못했다. 친구들은 도망가고 선생님은 화를 내고, 속상함과 억울함에 잔뜩 풀이 죽은 아리에트는 이내 사자의 그림자를 면밀히 살피며 말한다. “너는 나랑 닮은 데가 별로 없는 것 같다.” 나와 그림자가 조화하지 않음을 느끼는 순간, ‘진짜 나’에 대한 호기심이 퐁당 떠오른다. 아리에트는 예전 그림자를 되찾기 위해 온 방 구석구석을 뒤지다 침대 아래에서 자신의 얼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