챙겨주는 엄마 vs 건성으로 듣는 아이
엇갈리는 입장을 엇갈리는 글과 그림으로 표현
대체로 엄마들은 걱정이 많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세상 속에서 아이를 안전하게 보호하려는 마음 때문이지요. 이런 엄마의 걱정이 아이의 귀에는 "잔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런 상황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그림책 《엄마가 그랬어》는 아이가 캠프를 떠나기 전, 함께 준비물을 챙기는 상황을 통해 엄마와 아이의 엇갈리는 입장을 보여줍니다. 이 책의 텍스트는 엄마와 아이의 평범한 대화로 진행됩니다. 엄마는 캠프에서 필요할지도 모르는 물건들을 빠짐없이 챙겨 주려 하고, 아이는 “네, 엄마. 네, 네.”를 반복하며 건성으로 대답합니다. 어느 집에서나 벌어질 법한 상황이지요. 그런데 이 그림책이 현실을 가뿐히 넘어서는 지점은 글과 그림의 엇갈림에 있습니다.
텍스트의 세계에서는 엄마가 주도권을 잡고 대화를 이끌고, 아이는 엄마의 말에 수긍하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하지만 그림의 세계는 전혀 다릅니다. 아이는 엄마가 챙겨 준 준비물들을 엄마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활용합니다. 엄마가 전혀 상상하지 못한 상황들 속에서 아이는 제 나름대로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서로 다른 입장이고, 전혀 다른 길을 걷는 것처럼 보이는 두 사람은 놀랍게도 “같은 결론”에 다다릅니다.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는 이 작품의 결말에는 간결해 보이는 이 작품이 전하는 묵직한 메시지를 담겨 있습니다.
서로 다른 기질의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법
이 작품은 표면적으로는 준비물을 챙기는 엄마와 아이의 입장 차를 그리고 있지만, 이런 엇갈림이 부모 자식 사이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한 예로, 여행을 가기 전 모든 것을 철저하게 준비하는 사람이 있고, 일단 떠난 후 닥치는 상황에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준비물 목록’이란 예측 불가한 상황에서 나를 지키는 조건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거추장스럽고 불필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