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두려운? 모범적인? : 아시아계 이주민이 맞닥뜨린 차별적 시선의 역사
2020년 3월 영국에서 싱가포르 출신 유학생이 현지인 서너 명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고, 6월 프랑스 대중교통 트램에서 20대 한국인 여성이 폭언을 들었다. 2021년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84세 타이계 남성이 아침 산책을 하다 폭행당한 끝에 숨졌다. 3월 뉴욕 지하철에서 68세 스리랑카계 남성이 인종차별적 폭언을 들으며 무차별 폭행을 당했고,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가게를 운영하던 한인 여성이 흑인 여성에게 폭행을 당했다. 그리고 같은 달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백인 남성이 스파와 마사지숍에서 총기를 난사해 여덟 명이 사망했다(여섯 명이 아시아계 여성이었고 그중 네 명이 한인이었다. 인종주의가 코로나19 확산을 핑계로 적나라하게 드러난 오늘날 ‘길만 걸어도 두려움을 느끼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없었다면 아시아인 혐오 사건도 발생하지 않았을까?
우리는 혐오를 사회악으로 여겨 도덕적으로 지탄하며 가해자를 괴물로 치부한다. 그러나 특정 집단에 대한 열렬한 혐오와 차별은 대부분 오랫동안 다듬어지고 세대를 넘어 전해진 관습과 신념의 결과물이다. 즉, 혐오는 어제오늘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만들어지고 축적되며, 결국 이를 분출시키는 사회적·구조적 조건들을 전제한다. 그리고 혐오받는 대상인 개인이나 집단이 피해자가 아니라 오히려 사회에 위협이 되는 가해자라고 주장하는 신념 체계가 존재한다. 이 책은 서구 사회에 깊숙이 뿌리내린, 또한 우리 안에 자리 잡은 아시아인을 둘러싼 혐오의 역사와 사회적 배경, 그리고 신념 체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시아인이라는 이유’가 170여 년에 걸쳐 다양한 차별적 시선(‘더러운’, ‘두려운’, ‘모범적인’으로 나타난 양상을 살펴봄으로써, 서구 중심주의와 오리엔탈리즘, 종교와 과학, 법과 매체 등이 “차이 때문에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차별하기 위해 차이를 만들어 낸” 인종주의를 어떻게 뒷받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