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원통뜨기 스웨터 반대론자들은 (안타깝게도 이런 사람들이 좀 있다 논쟁의 여지가 있는 한 가지 이론을 받아들인다. 바로, 솔기가 없으면 원통 스웨터의 앞뒤 판이 제대로 들어맞지 않을 것이라는 이론이다. 딱 들어도 틀린 주장이며, 가짜 솔기라는 깔끔하고 감쪽같은 기법으로 반박할 수 있다. 보통 가짜 솔기는 두 단마다 한 번씩 솔기 코를 걸러뜨기 해 만드는데, 이렇게 하려면 원통뜨기 스웨터를 뜨는 무념무상의 평화로운 순간에 계속 솔기를 신경 써야 하는 피곤함이 있다. 가짜 솔기는 몸판을 다 뜬 뒤에 만들 수 있어 더 재미있고, 무엇보다 내 뜨개의 보스(boss는 나라는 사실을 잊지 않게 해준다. ( 78쪽
이제 내가 늘 우쭐대며 이야기하는 뜨개 철학을 말할 차례다. 철학이 원래 그렇듯 내 뜨개 철학도 몇 마디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뜨개의 주요 목적은 즐거움과 만족감이다. 거기에 절약과 창의성, 산업이라는 외관, 그리고 무엇보다 풍부한 기지(resourcefulness가 따라가야 한다. ( 89쪽
뜨개에는 옳은 방법도 틀린 방법도 없다.
좋은 뜨개 방법이란 곧 내게 맞는 방법이다. 실과 어울리고 무늬와 어울리며 여러분이 뜨려는 모양을 잘 살려주는 뜨개법이다. 여러분이 내게 “잘못 뜬 것 같다”고 말하며 편물을 보여주면, 나는 무늬가 부적절하다거나 기법이 적당하지 않다는 말만 들려줄 것이다. 코를 빠뜨리거나(drop stitch 코를 꼬아 뜨는 기법이 들어간 무늬도 있다. 있는 힘껏 쫀쫀하게 떠야만 뜰 수 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무기력할 정도로 힘을 빼고 느슨하게 떠야만 뜰 수 있는 것도 있다. 하지만 실을 가르며 뜨라고 말하는 도안은 아직 본 적이 없다. 내가 아는 잘못 뜬 경우는 이것뿐이다.
그러니 누군가 여러분이 뜨는 것을 보고 “틀렸다”고 말한다 해도 화내지 말자. 좋은 뜻으로 하는 말일 테니까. 동의할 수 없다는 생각은 마음속에만 간직하고 가만히 웃으며 들어보자. 그들이 맞을 수도 있다. 혹여 틀렸다 해도 잊지 않고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