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곰의 이야기 ‘너의 손을 잡았어’
내가 살던 곳은 얼음이 늘 가득했어. 하지만 엄마와 지내던 굴속은 정말 포근하고 따뜻했지. 엄마는 혼자서는 절대로 굴 밖에 나가선 안 된다고 하셨지만, 얼음 녹는 소리가 뽀지직 나고 짭조름한 바람이 실려 오면 내 마음은 한껏 부풀었어. 아직도 잊을 수 없어. 엄마와 헤어지던 날을. 엄마가 먹이를 구하러 간 사이에 정말 잠시만 외출을 다녀오려고 했거든. 조용히 멀어지던 엄마의 뒷모습이 마지막일 줄 알았다면 굴 밖을 나서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깨달음은 항상 늦지. 그때는 놀라운 세상이 온통 전부였고 나는 겁도 없이 끝도 없이 멀리로 나아갔어. 처음 넘실대는 바다를 보았을 때는 얼마나 벅찼는지 몰라. 나도 모르게 얼음 조각을 건너 바다 한가운데에 닿았으니까. 더 이상 엄마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깨달았어. 다시는 엄마 품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갑자기 바다도 하늘도 거대해졌어. 두려웠고 외로웠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할지도 알지 못했어. 차라리 사라지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 점점 얼음처럼 변해 가던 그때 “아기 곰아!” 하고 나를 부르는 소리를 들었어. 엄마처럼 따뜻한 목소리에 감은 눈을 떠 보았어. 거기에 손을 내밀어 주는 니가 서 있었어.
성긴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온전함
장난감 가게의 수많은 인형들 중에 하얀 아기 곰이 소녀의 눈에 띕니다. 소녀가 “아기 곰아!” 하고 부르는 순간, 구석진 자리에 앉은 아주 작은 아기 곰의 이야기가 펼쳐지기 시작합니다. 먼 북극, 엄마와 지내던 따뜻한 굴속을 벗어나 잠시 외출을 하려던 것이 아기 곰의 기나긴 여정이 되었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혼자가 된 곰에게 세상은 너무도 광활하고 춥습니다. 엄마도, 돌아갈 곳도 잃어버린 아기 곰은 어떻게 소녀에게 닿게 되었을까요? 소녀는 어떻게 아기 곰의 외로움과 쓸쓸함을 알아채고 손을 내밀었을까요?
세상의 어떤 일들은 다 설명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기에 오히려 온전합니다. 아기 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