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내가 지금 훌쩍 날아서, 그녀 앞에 짜잔 하고 나타난다면!
비록 전신이 마비되었지만, 상상 속에서 누구보다 자유로웠던 소년의 이야기
소년 윌코는 자신의 온 마음을 사로잡아 버린 소녀 니콜을 ‘아포테오시스’라고 부른다. 윌코는 아포테오시스만 생각하면 가슴이 쿵!쾅!거린다. 그런데 어느 날, 윌코의 몸은 산산조각이 난다. 창문 밑으로 지나가는 아포테오시스의 뒷모습을 더 자세히 보려고 창가에 바짝 붙인 책상 위로 올라갔다가, 6층에서 떨어지고 만 것이다. 사고 후 윌코는 맘이 아프지만, 자기 안의 아포테오시스 스위치를 꺼 버린다. 딸깍. 그리고 되뇐다. ‘그녀는 죽은 지 오래된 별이야. 너무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에, 옛날 옛적에 비췄던 빛이 이제야 여기, 내게 이른 것일 뿐이야.’ 하지만 소년은 꿈꾼다. 지금은 온종일 누워 있지만, 언젠가는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인 프록시마 켄타우리 별에서 살고 싶다고. 그곳에선 자신의 몸도 무중력 상태에 있을 테니까.
찢어지는 듯한 아픔을 유머와 재치로 승화시키는 마법,
별에 살고 싶은 소년을 별처럼 비춰 준 독특한 방식의 사랑
전신 마비 소년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 소설은 신파와는 거리가 멀다. 1장부터 6층 아파트 난간에서 떨어져 혼수상태에 빠지는 소년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이상하다. 이상하게도 그 장면에서 웃음이 난다. 잘못 읽었나? 다시 읽어도 마찬가지다. 소년의 엄마는 당장 생사의 기로에 선 아들이 들것에 실려 구급차로 이송되는 그 순간, 구급대원에게 말한다. “닥터마틴을 신으셨네요?” 그리고 소년의 아빠가 말한다. “아냐, 여보, 이 신발은 레인저스야.”
하지만 혼수상태에 빠진 소년은 알고 있다. 그게 바로 엄마 아빠의 사랑의 방식이라는 것을. 구급대원들이 심각한 이야기를 꺼낼 기회를 교묘히 차단하고 있다는 것을. ‘당신의 아들은 운이 좋아봤자 식물인간이다.’와 같은 이야기를 듣지 않으려고 계속 농담을 던지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소년 역시 부모를 닮았다. 독자가 전신 마비 소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