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호두 껍데기는 무엇을 지키는 걸까?
오감을 자극하는 무한한 상상의 세계
호두는 어린이도 한손에 쥘 수 있을 만큼 조그만 열매입니다. 하지만 껍데기는 아주 단단하지요. 호두를 먹고 싶으면 망치로 내려치거나 호두 까는 도구를 사용해서 힘을 써야 합니다. 작가는 이렇게 조그맣고 단단한 호두를 보며 이 책의 아이디어를 떠올렸을 거예요. 호두 한 알 속에 도대체 무엇이 들어 있기에 이토록 단단한 껍데기로 지키려는 걸까? 하고 말이에요.
작가는 다양한 공감각적 행위를 통해 독자를 자연스레 상상의 세계로 인도합니다.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호기심으로 흔들어 보고, 들여다보고, 귀 기울여 보는 동안 상상의 세계는 더욱 깊이를 더하지요. 짤랑짤랑 부딪치는 맑은 소리가 난다면 호두보다도 더 작고 작은 보물들이 들어 있을 거라고, 다람쥐가 나무 구멍에 숨겨 놓은 호두라면 자그마한 바늘꽂이와 조그마한 가위가 들어 있는 다람쥐의 반짇고리일 거라고, 댕 댕 댕 소리가 어렴풋이 들린다면 호두 속 작고 작은 마을에 울려 퍼지는 종소리일 거라고요. 작고 작은 마을 속에 사는 작고 작은 사람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지 즐거운 상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만약 호두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면요? 그렇다면 호두를 땅에 심어 보라고 합니다. 호두 속으로 끝없이 펼쳐지던 상상력이 이번에는 단단한 껍데기를 뚫고 밖으로 뻗어 나와요. 호두는 뿌리를 내리고,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쑥쑥 자라서 커다란 나무가 되고, 초록색 열매를 주렁주렁 맺지요. 호두 한 알에서 시작된 호기심이 끝없이 팽창해 수많은 가능성을 품은 대우주가 된 듯한 희열을 느끼게 해 줍니다.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마법 같은 그림
이 책의 작가 다카오 유코는 일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로, 이번 책을 통해 한국 독자들을 처음 만났습니다. 귀여운 그림부터 진지하고 사실적인 그림까지 다채로운 스타일로 여러 그림책을 펴내 온 베테랑 작가입니다. 《호두 한 알 속에는》에서는 오려 붙이는 콜라주 기법과 질감과 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