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발전주의 시대의 유산
발전과 젠더, 환대의 성별정치: 1988년 서울올림픽 피켓걸에서 버닝썬 게이트까지 | 김주희
‘군대 가정’과 ‘계간’하는 시민: 군형법 제92조의 6 그리고 ‘동성애 반대’ | 박차민정
누가 장자연을 죽였나?: 10.26의 여성 연예인들 그리고 고 장자연 사건 | 김신현경
2 ‘여혐 전쟁’의 도래
최초의 좀비, KTX 여승무원: KTX 투쟁에서 미러링의 언어까지 | 김신현경
우리는 왜 이제야 ‘여혐 전쟁’을 목격하게 되었나?: 유영철 연쇄살인 사건에서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까지 | 김주희
‘명랑한 수술’과 미완의 권리: 모자보건법에서 저출산 시대의 낙태죄까지 | 박차민정
3 새로운 반복을 위하여
화장실과 시민의 자격: 공중변소에서 파우더룸까지 | 박차민정
‘원정녀’ 탄생의 정치경제: 양공주에서 원정녀까지 | 김주희
다시, 박근혜를 ‘사유’해야 한다: 2002년 여성 대통령 논쟁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까지 | 김신현경
후기 기억의 페미니스트 정치
부록 젠더/섹슈얼리티 장면의 연대기
주
양공주에서 버닝썬 게이트까지, 페미니즘으로 재구성하는 한국 현대사
이 책은 한국 현대사를 새롭게 기억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그동안 젠더적 관점에서 해석되지 않았던 역사, 시간, 사건을 페미니즘의 시각에서 바라볼 때, 완전히 새로운 내러티브가 쓰인다는 것을 보여준다. IMF 경제위기, 발전주의 시대의 문제들, 신자유주의화와 노동의 비정규화, 국정농단 사태처럼 페미니즘과는 별개로 논해져온 쟁점들은 저자들이 시도하는 ‘기억’의 정치를 통해 비로소 연결된다. 이런 기억의 정치를 통해 이 책은 기존의 지배적인 역사 서술이 가졌던 한계를 넘어, 페미니즘이 한국 사회의 오래된 문제들을 드러내는 핵심적인 장임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를테면 이 책은 88서울올림픽과 발전주의 시기 여성에게 주어진 역할을 되짚음으로써 ‘버닝썬 게이트’가 단순히 어느 개인이나 집단의 일탈에서 비롯된 일이 아닌,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매개 삼아 성장해온 한국 자본주의의 결과물임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또 2002년의 ‘박근혜 지지 논쟁’을 복기함으로써, 여성 정치(인에 관한 빈약한 토론이 어떻게 2016년 국정농단 사태라는 뼈아픈 결과를 야기했는지를 되짚는다. 한편 낙태죄를 둘러싼 1970년대의 지형을 따라가보고, 계간죄가 한국의 군형법에 ‘불시착’하게 된 배경을 살펴보면서는 한국의 근대성이 형성된 매끄럽지 않은 여정을 발견하게 된다.
저자들은 현재의 젠더/섹슈얼리티 장면들을 있게 한 기원으로 1960~70년대, 그리고 개발독재 시대가 남긴 유산으로서 2000년대를 지목한다. 여성의 신체와 섹슈얼리티를 동원할 수 있는 자원으로 보았던 가부장적 개발독재 시대와 한국 자본주의의 발달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책은 고 장자연 사건과 10?26의 여성 연예인을 병치시킴으로써 2000년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발달을 뒷받침했던 아주 오래된 ‘남성 동맹’을 읽어내도록 요청한다. 또 노동의 비정규직화가 여성혐오를 바탕으로 진행되고(「최초의 좀비, KTX 여승무원」 유영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