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게 ‘아파트’란 무엇인가
‘세속적 꿈’의 동의어로 받아들여지는 ‘아파트’를 가리켜 ‘거대한 침묵의 조형물’이라거나 혹은 ‘잔뜩 발기한 것처럼 여기저기 솟아있는 거대한 난수표’라 부르며 그 가치를 깎아내리는 까닭은 무엇인가. 이 책의 저자는 바로 여기에 우리의 ‘아파트’가 갖는 현재성과 삶의 문화적 가치에 대한 대중적 갈구가 응축되어 있다고 말한다. 아파트를 일컬어 거대한 침묵의 조형물이라 하는 것은 ‘아파트단지’가 누구와도 소통하지 않으려는 심한 자폐증을 앓고 있기 때문이고, 난수표라 일컫는 이면에는 인간의 다양한 삶의 모습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획일성과 평균성 그리고 공간생산의 규칙성과 균질성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아파트가 이러한 오명에서 벗어나 ‘더불어 사는 문화의 결정체’로 거듭나기를 소망하며, 아파트의 문화사를 찬찬히 소개한다.
한국 최초의 아파트
소위 ‘녹지 위의 고층주거’라는 슬로건을 통해 아파트라는 새로운 형식의 주택을 만들자는 서구 근대건축가들의 꿈은 가히 혁명적인 것이었다. 모순으로 가득 찬 사회의 일대 개혁과 비위생적인 생활환경의 획기적인 변혁을 추구했던 그들의 혁명은 제2차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도시의 지형도를 새롭게 바꾸어왔다.
그렇다면 한국 최초의 아파트는? 한국 최초의 아파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존재한다. 서울의 을지로 4가와 청계천 4가 사이에 있는 주교동 230번지에 주식회사 중앙산업이 1956년에 건설한 중앙아파트가 최초라고 지적되기도 하고, 1962년에 도화동에 만들어진 마포아파트를 최초로 보기도 한다. 중앙아파트가 하나의 주거동을 세워 아파트라는 새로운 형식의 주택을 처음 시도한 사례였다면, 마포아파트는 여러 개의 아파트 주거동과 담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주차장과 어린이 놀이터 등의 생활편익시설을 함께 만든 ‘단지식 아파트’의 최초사례로 볼 수 있다.
마포아파트 준공식에는 당시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 참석하였다. 그리고 국민을 향해 발표한 치사를 통해 마포아파트 단지를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