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무엇 때문에, 무엇이 궁금해서,
삶의 어떤 경이에 놀라, 놀란 만큼 따스하게
열린 가슴으로 생겨났을까? 상상하라.
시인 김정환의 ‘상상하는 힘’을 길러주는 우리 역사 이야기
시인이자 평론가, 소설가 김정환의 《한국사 오디세이》(전4권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우리나라의 현대사를 치열하게 겪어온 시인이 우리의 역사에 대해 뿌리부터 써내려간 역사서다. 역사 속에 비어 있는 수많은 공백들을 ‘질문’과 ‘상상력’으로 복원해낸 새로운 형식의 한국사이다.
사람의, ‘그’의 탄생, 그게 도대체 어떻게 가능했을까. 역사의 기억에서 지워져버린 그 몇백만 년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역사 연구에서는 금기나 다름없는 의문부호와 말줄임표를 ‘남발’하며 작가는 죽음, 종교, 언어의 탄생 과정을 마음껏 ‘상상’하고 독백한다. 이야기꾼 김정환의 《한국사 오디세이》는 한마디로 어른에게 들려주는 옛날이야기다. ‘한국판 천일야화’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이 책이 놀라운 것은 텍스트의 내용이라기보다 형식이다. 아니, 텍스트 너머에 어른거리는 긴 세월에 가려 보이지 않은 역사에 대한 상상이다. 작가는 사라진 역사와 남겨진 역사 뒤에 숨겨진 진실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한국사 오디세이》는 외우고 밑줄치고 명심해야 할 교훈 덩어리인 역사가 아니다. 밑줄 치게 하고 외우게 하고 명심시켜야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쓴 역사책이 아니라 ‘어렸을 적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는 재미있었다’로 시작하여 이야기로서의 역사, 이야기를 매개로 한 ‘지난한 역사와 복잡한 인간의 사상과 광대무변한 상상력’을 포착하려고 하는 시도로서의 책이다.
진정한 통사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미지의 구역까지 포기하지 않고 우리의 역사로 감싸 안는 작업을 마다하지 않아야 했다. 때문에 이 책의 시작은 고조선 시대가 아닌, 빅뱅(Big Bang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는 동물 중 가장 늦게 태어난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