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안의 깨달음
순창 만일사의 고추장
의성 고운사의 가운루
논산 관촉사의 미륵
제천 덕주사의 능엄주
문경 김용사의 해우소
공주 신원사의 중악단
영월 법흥사의 만다라
공주 갑사의 불족적
상주 남장사의 이백
안동 연미사의 제비원
곡성 태안사의 능파각
부안 개암사의 우금바위
양평 사나사의 부도
남원 실상사의 석장승
예천 용문사의 윤장대
서울 수국사의 황금사원
절이 안은 생명
공주 영평사의 구절초
강진 백련사의 동백
고령 반룡사의 대나무
남양주 묘적사의 연못
함양 벽송사의 미인송
천안 광덕사의 호두나무
춘천 청평사의 고려정원
진주 응석사의 무환자나무
함안 장춘사의 불두화
절에 잠든 역사
서울 호압사의 호랑이
안성 칠장사의 임꺽정
김해 모은암의 가야
경주 골굴사의 원효
제주 서관음사의 ‘4.3’
의정부 망월사의 위안스카이
괴산 공림사의 송시열
익산 숭림사의 달마
절 바깥의 풍경
서산 부석사의 기러기
밀양 표충사의 산들늪
서귀포 봉림사의 하논
대구 부인사의 포도밭
영주 희방사의 기차역
울산 동축사의 관일대
양산 용화사의 낙동강
남원 선국사의 교룡산성
광주 무각사의 극락강
절, 인문(人文이라는 부대에 옮겨 담다
일주문에서 해우소까지. 절에 가면 수많은 전각과 조형물을 만나게 된다. 절의 평화롭고 고요한 풍광을 찾아 수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오르고, 사진을 찍고, 또 어떤 이는 글을 써 책으로 묶기도 한다. 이렇듯 천년고찰의 고즈넉하고 한가로운 풍경은 누구에게나 동경의 대상이다.
하지만 길 위에서 만난 절, 그 속의 삶은 바르고 올곧고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다. 절이 먹은 나이에 걸맞게 그곳은 수많은 굴곡, 사실 아닌 전설과 믿기 힘든 역사가 있다. 또 민초들은 이를 믿으며 지탱해 왔다. 저자는 이런 절들의 속살을 살핀다. 찬탄 뒤에 숨어 있는 한숨을 들춰내고, 영광 뒤에 자리잡은 좌절의 또아리를 짚어낸다.
사람들은 갑사에 가면 오르는 길에 펼쳐진 아름다운 계곡과 천년이 넘게 외롭게 서 있는 당간지주 그리고 고즈넉한 대웅전에 흠뻑 빠지곤 하지만 저자는 갑사 목판에 새겨진 불족적(부처님의 발을 본다. 그곳에서 “가장 성스러운 만큼 가장 더러웠으리라 짐작되는” 발에 대해 명상하며 급기야 “발 냄새만 한 수행의 향기가 어디에 있겠는가.”고 반문한다.
호랑이의 기세를 누르기 위해 세워진 서울 호압사를 찾아서는 “밤길에 등 뒤를 노리던 야수(호랑이의 위세는 오늘날 치한과 퍽치기, 음주운전차량 등이 대체했다.”며 “역사가 반독되듯 호랑이도 재림하는 셈”임을 살핀다.
이처럼 저자는 사찰의 밖에 드러난 전각이나 탑 등의 모습이 아니라 절 속의 풍물과 역사에 주목한다. 그래서 때론 낯설기도 하지만 수없이 쏟아지는 사찰 기행기와는 그 심급이 확연히 다르다.
이런 시선이 때론 불경스럽기도 하지만 저자는 “부처님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게 원칙”이지만. “세상의 눈으로 부처님을 봐야 할 경우도 있다.”며 “그래야만 중생을 부처님 눈 닿는 곳에라도 붙들어 놓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저자는 뭇이들처럼 사찰의 풍광에 대한 예술이나 종교적 접근이 아닌 인문적 접근을 감행하는 것처럼 보인다. 한마디로 절이라는 텍스트(구조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