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과학이 우리의 마음을 바꿀 수 있을까?
저자들은 이 책에서 크게 두 가지 문제를 제기한다. 하나는 ‘신경’이라는 이름표가 붙은 이론과 개념, 그리고 제품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며 어느새 우리 주위에 깊숙이 파고든 이른바 신경본질주의(neuro-essentialism에 대한 우려다. DNA 이중나선구조를 밝혀낸 프랜시스 크릭(Francis Crick은 서슴없이 “우리는 뉴런 다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오늘날 fMRI를 비롯한 영상기술이 발달하고 뇌 연구와 신경과학 연구에 많은 성과가 나타나면서 우리의 마음을 과학적으로 밝혀낼 수 있다는 믿음이 커졌다. 마음을 뉴런 또는 그 연결망으로 이해할 수 있고, 나아가 인간의 본질 자체가 뉴런으로 환원될 수 있다는 생각이 팽배하다. 그러나 이 책의 원제인 ‘신경과학이 우리의 마음을 바꿀 수 있을까?’에서 잘 드러나듯이, 저자들을 비롯한 많은 신경과학자들은 우리가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하는 방식에 대한 신경과학의 이해는 아직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두 번째 주제는 신경과학을 둘러싼 지나친 기대의 거품을 걷어내고 실제 성과와 그 가능성을 솎아내는 것이다. 저자들은 최근 영국을 비롯한 구미에서 신경과학의 결과물을 성급하게 제품화하거나 교육 현장에 적용시키려는 시도를 상세히 분석하며 그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점은 4장에서 집중적으로 탐구하듯이, 빠르게 성장하는 새로운 산업으로 부상한 교육 신경과학의 영역이다. 태아가 자궁 속에서 모차르트를 듣는다는 태교, 좌뇌와 우뇌의 역할 차이와 성차(性差에 대한 믿음, 두뇌를 활성화시키는 두뇌체조 등은 이미 새로울 것이 없는 이야기다. 저자들은 이런 세간의 믿음이 사실 신경과학적 근거가 매우 박약한 것이며, 별반 연관이 없는 연구와 ‘신화’에서 와전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나아가 최근 영국과 미국 등지에서 시행되고 있는 수업시간 조정이나 간격학습과 같은 새로운 교육 관행들이 지나치게 그리고 성급하게 신경과학의 연구에 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