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바라보기
열다섯 살이 되던 생일날, 쥬느비에브는 자신의 의지에 따라 죽음을 택한다.
그리고 수영장의 차디찬 물속에서 발견된다. 이제 고통은 고스란히 남겨진 가족의 몫이 된다. 쥬느비에브를 잃은 아픔도 크지만, 왜 그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쌍둥이 언니인 루안느, 엄마와 아빠, 그리고 할머니는 안간힘을 다해 안개 속 같은 시간들을 헤치고 나갈 수밖에 없다.
주변의 어떤 동정이나 어설픈 위로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소설의 앞부분이 쥬느비에브의 행동과 심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그 ‘이후’는 절망의 늪을 헤치며 희망을 찾아가는 가족들의 노력을 그리고 있다. 자신도 위태로운 경험을 했지만 마침내 삶과 화해하게 된 작가가 그 시절 자기 또래의 청소년 친구들에게 진심을 다해 들려주는 이야기다. 정교하고 치밀한 구성,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한 문장들이 짙은 여운을 남긴다.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
사람들은 대부분 자살이라는 문제에 대해 쉽게 입을 열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이것은 이미 우리 현실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심각한 사건이다. ‘2013년 사망 원인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살율은 OECD 국가 중 1위다. 특히 10대, 20대, 30대의 연령층에서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기사가 눈에 띈다. 원인은 다층적일 것이다. 남을 밟고 올라서지 않으면 도태되고 마는 치열한 생존 경쟁, 진실한 대화가 사라진 메마르고 삭막한 인간관계, 의미를 찾을 수 없는 현재와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까지‥‥‥. 아직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여물지 않은 나이에 극단적인 결정으로 내몰리는 현실이 안타깝다.
우리에게도 이런 소재를 다룬 청소년소설들이 있긴 하다. 그러나 사건 ‘이후’에 남겨진 가족의 슬픔과 고통에 초점을 맞춘 작품은 보이지 않는다. 자살이라는 결정적인 사건이 가족에게 남기는 후유증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이젠 부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