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괜찮아, 떠나
생애 한 번은 스쿠버다이빙
더 격렬히 아무것도
살인의 추억
여행 중에도 여행을 하고 싶다
하루 만에 도망치다
패키지도 여행이다
악마의 속삭임
숨 막히도록 아찔하게
음란하고 잔망스런 손길
싱글을 위한 배려
견딜 수 있을 때까지
아껴서 더 거닐다
왕의 나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
누군가에게는, 하지만 내게는
다시 돌아온다는 거짓말
화내지 마, 다를 뿐이야
기억을 걷는 시간
서른한 시간의 기록
별이 빛나는 밤에
미련보다는 미지가 더 흔든다
개 같은 코끼리
책 한 권의 무게
야간 기차의 설렘
예쁜 도시 이름 찾기
두 얼굴의 도시
무엇도 듣지 않을 자유
다시 깨어나는 여행 세포
갑자기 생긴 돈다발
게스트하우스 살인사건
여행의 목적
비포 선셋 비포 선라이즈
바다인 듯 바다 아닌 바다 같은 호수
바닐라향 마닐라
거리에서 잠들다
기억에서 지워야 할 기억
아이 앞에서 어른은 죄인이 된다
미안해요, 다쳐서
사려 깊은 배려
알몸 야간 수영
거리의 여자
내 꿈은 작업실 하나
그래, 먹고 보자
클럽 안으로 빨려 들어가다
사백 그램
아따 얼어 디지겠네
어쩌면, 너무 많은 하루라는 선물
에필로그
이 여행에 근사한 이유 따윈 없었다.
그저 미친 가스요금을 피해 떠나온 동남아에서
잠든 여행세포가 다시 깨어나기 시작했다.
마흔 즈음, 소설을 써보겠노라 퇴사를 감행하며 전업 작가의 길에 들어섰지만, 돌아올 겨울 난방비가 걱정될 만큼 작가의 삶은 어려웠다. 따뜻한 나라에서 글을 쓰라는 친구의 말에 작가는 방콕으로 뜬다. 애초에 여행이 아니었다. 그저 겨울나기, 겨우살이 정도였을까.
방콕에서의 낯선 일상이 익숙해질 무렵, 작가는 다시 배낭을 싼다.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방랑이 시작되었고, 동남아 10개 나라, 50여 개의 도시를 거치며 남긴 기록이 바로 이 책이다. 글은 어디서나 쓸 수 있다는 핑계로 움직였지만, 여행에세이를 4권이나 출간한 작가의 여행병이 도졌을 터다.
작가는 기름기 쫙 뺀 담백한 말로 여행을 기록한다. 에피소드는 지극히 현실적이다. 배낭여행자라면 누구나 그렇듯 값싼 숙소를 찾아 헤매고, 호객꾼과 옥신각신 실랑이를 벌이고, 비행기로 한 시간 남짓인 거리를 삼십 시간 넘게 육로로 이동한다. 이런 궁핍한 여행이라도, 여행은 늘 넉넉한 선물을 준비해놓고 있다. 작가는 낯선 사람에게 마음을 건네고, 낯선 풍경에 한 걸음 다가가고, 자신의 내밀한 껍질을 한 꺼풀 벗겨내고, 무심코 흘려보낸 하루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여행이 아니라면 쉽게 얻지 못할 것들이다.
떠나는 데엔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지만,
난방비가 무서워 떠난다고?
문득 여행이 필요한 순간이 온다. 일상에 치여 도피하듯 떠나가기도 하고,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해 떠나기도 한다. 조금 거창하게는 여행지의 문화, 역사를 생생하게 체험하기 위해 떠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뜬다 아세안>의 감성현 작가가 떠난 이유는 조금은 생소하고도 사소하게 다가온다. 겨울이 싫어서도 아니고, 난방비가 무서워 떠난다니. 아니, 오히려 비장미가 감도는 것 같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