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의 『사기』가 역사는 어떻게 변화해온 것인지에 대한 서술이라면,
『한서』는 지금의 체제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답이다.”
-백수이白壽彛(중국 현대 사학자
정사正史의 원형을 그대로 담아 풀어쓴 『한서』의 정수
-12기紀·8표表·10지志·70전傳에서 가장 핵심적인 25편을 골라 풀어쓴 축소판 『한서』
지금, 왜, 다시 『한서』인가?
예로부터 ‘사한史漢’으로 병칭되었던 『사기』와 『한서』는 후세에 역사서의 표본으로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는 점에서 서로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역사서 독서전통에서 『사기』에 비해 『한서』가 갖는 위치는 참으로 미약하다. 현재 반고의 『한서』는 「열전」 선역본과 「예문지」나 「지리지·구혁지」 등이 출간되었지만, 『한서』의 체제를 그대로 살려 보여주는 책은 없었다. 이 책은 완역은 아니지만, 역사서 편집의 표준이 되었던 기·표·지·전의 체제를 그대로 따라 그중 가장 핵심적인 25편을 골라 풀어쓴 것이다.
사마천이 ‘자신만의 학설(一家之言’을 세상에 전하고자 하여 역사를 통해 인간이 추구해야 할 보편적 가치를 찾고자 했던 반면, 훨씬 세련되고 제고된 수준의 유학이 완성된 시기에 살았던 반고는 역사를 통해 왕조와 정치를 유지하는 이념을 구축하고자 했다. 그런 만큼 사마천이 역사와 인물에 대한 개탄, 분노, 슬픔을 가감 없이 쏟아냈다면, 반고는 중국적인 제도·사상·학술·문화가 만들어진 전한 시기에 대해 ‘거리 두기’ 시선을 유지하며 『한서』를 저술하였다. 그러한 이유로 지식인들에게 역사와 전고를 이해하기 위한 필독서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정사 편찬의 규범, 『한서』
『한서』는 반고가 편찬한 전한前漢의 역사서이다. 한 고조 유방부터 왕망의 신新 왕조 수립까지 230년을 기록한 역사서로 중국 24정사 중 하나이다. 12기紀·8표表·10지志·70전傳 100권의 기전체로 쓰인 단대사斷代史로, 이후 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