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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우리를 지키는 더러운 것들
저자 김철
출판사 뿌리와이파리
출판일 2018-12-10
정가 16,000원
ISBN 978896462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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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비천한 육체의 농담

민족-멜로드라마의 악역들―『토지』의 일본(인

비천한 육체들은 어떻게 응수應酬하는가―산란散亂하는 제국의 인종학

‘국어’의 정신분석―조선어학회 사건과 『자유부인』

“오늘의 적도 내일의 적처럼 생각하면 되고”―‘일제 청산’과 김수영의 저항

우리를 지키는 더러운 것들―오지 않은 ‘전후戰後’

자기를 지우면서 움직이기―‘한국학’의 난관들

‘위안부’, 그리고 또 ‘위안부’

저항과 절망―주체 없는 주체를 향하여

제국류類의 탄생

천지도처유아사天地到處有我師―『복화술사들』그 전후前後

제국의 구멍―『조선인 강제연행』의 번역에 부쳐

출전
똥, 오줌, 고름, 피, 토사물…
이 더러운 것들을 통해 나를, 그리고 한국 사회를 본다는 것은

『토지』의 뻐드렁니, 김수영의 「시작 노트」

일본인은 “게다짝 신고 안짱걸음 걸으면서 땅바닥에 떨어진 동전 살피듯 땅을 보고 걷”고,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속바지를 안 입”으며, “용모에는 뻐드렁니가 꽤나 많”다. 6800쪽이 넘는 대하소설 『토지』의 가장 악랄하고 잔인한 악당, 일본 경찰의 밀정 김두수 역시 뚱뚱하고 못생겼을 뿐 아니라, 놀랍게도, ‘뻐드렁니’(!를 가졌다.
『토지』는 선(인/악(인의 선명하고도 가차 없는 이분법으로 엮는 민족-멜로드라마다. 궁극의 승리를 향해 가는 선(인의 총칭은 ‘민족’이고, 출발점이자 회귀점인 ‘민족’은 이 멜로드라마의 진정한 주인공이다. 그리고 일본(인과 친일파는 “악의 뿌리”이자 “절대악”이다.
『토지』에서, 일본에는 종교도, 사상도, 철학도, 문화도, 예술도 없다. 일본의 문화나 예술은 저속하고 빈곤하며 상스럽고 조잡하다. 있는 것은 칼과 섹스뿐이다. 일본인은 ‘짐승’, ‘야만인’이다. ‘조선 사람은 아무리 막돼먹었어도 삼강오륜이 몸에 밴 점잖은 양반’인 데에 비해 ‘왜놈은 더럽고 상스러운 야만인, 짐승’인 것이다. 이런 일본(인론, 일본문화론은 저마다 다른 인물의 입에서, 심지어는 “만주에서 일본 군부의 덕을 보고 사는” “우익 대륙낭인” 무라카미라는 인물의 입을 통해서도 똑같이 반복된다.
그런데, 이와 같은 난폭한 인종주의적 편견은 본디 제국주의/일본의 것이 아니었던가. 말할 것도 없이, 제국주의를 넘어설 상상력 역시 이 안에서는 결코 기대할 수 없다.
김수영은 1966년 2월 한 문학잡지에 이런 「시작 노트」를 발표했다. “(… 그대는 기껏 내가 일본어로 쓰는 것을 비방할 것이다. 친일파라고, 저널리즘의 적이라고. (… 하여튼 나는 해방 후 20년 만에 비로소 번역의 수고를 덜은 문장을 쓸 수 있었다. 독자여, 나의 휴식을 용서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