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펴내며
서론
1. 문제 제기 및 선행연구 검토/ 2. 연구의 내용 및 방법
제1부 논의의 전제: 소녀가극의 쟁점에 관한 검토
제1장 근대 국민국가와 소녀의 존재론
1. 소녀 개념의 정의 및 소녀 연구의 계보/ 2. 근대 국민국가와 소녀 규범
제2장 소녀가극의 양식화 및 대중화
1. 오락물로서의 상업적 음악극/ 2. 가부키의 극복과 신국민극 담론
제3장 소녀가극의 초국가적 확산의 토대
1. 소녀가극과 식민지 대중문화/ 2. 소녀라는 문제적 장소
제2부 제국 통합의 이념적 재현: 언어적 텍스트 층위의 분석
제4장 일·독·이 추축국 시리즈: 삼국동맹 강화의 서사
1. 《이탈리아의 미소イタリヤの微笑》: 제국 역사의 신화적 재구성/ 2. 《새로운 깃발新しき旗》: 호명된 국민들의 노래
제5장 대동아공영권 시리즈: 대동아 신질서 확립의 서사
1. 《몽골モンゴル》: 여행에 내재된 식민주의적 욕망/ 2. 《북경北京》: 동양의 구원자로서의 일본/ 3. 《동으로의 귀환東へ歸る》: 동양 기표의 이중성
제6장 오족협화와 왕도낙토의 서사
1. 《만주에서 북지로?州より北支へ》: 내지 연장과 민족 화합의 꿈/ 2. 《동아의 아이들東?の子供達》: 기억과 망각의 이중주
제3부 제국 통합의 감각적 재현: 비언어적 텍스트 층위의 분석
제7장 공통감각으로서의 동양
1. 동양에 관한 시선의 정치학/ 2. 배타적 대항 담론으로서의 동양/ 3. 동양적인 것의 발명 및 재현
제8장 규율화되는 신체와 정서
1. 근대 일본의 규율권력과 소녀가극/ 2. 춤추는 신체, 노래하는 신체, 행진하는 신체/ 3. ‘명랑한’ 제국 공동체
제9장 판타스마고리아 기법의 전유
1. 통합과 몰입의 기법으로서의 환영/ 2. 아도르노의 바그너 음악극 비판/ 3. 다카라즈카 소녀가극과 판타스마고리아
제4부 ‘국민’의 연극에서 ‘제국’의 연극으로
제10장 소녀 규범의 경계 확장: 만선순연과 《미와 힘美と力》의 경우
제11장 제의적 장소로서의 소
걸그룹의 기원, 다카라즈카 소녀가극단
오늘날 드라마, 영화, 대중음악 등 대중매체를 통해 쉽게 접하게 되는 소녀 캐릭터는 동시대의 보편적 아이콘이 된 지 이미 오래다. 한국 대중문화에서 ‘기호로 소비되는 소녀’는 일찍이 일본 대중문화를 통해 정형화된 이미지에 약간의 변형을 더해 들여온 것이지만, 귀여움과 발랄함, 그리고 그 배후에 있는 성적 코드라는 일반화된 공식은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특히 2000년대 이후 대형 연예기획사의 주도로 기획된 수많은 소녀 그룹들은 엇비슷한 이미지들을 대량 생산함으로써 ‘소녀성’의 상품화 및 규격화를 불러일으켰다.
또 세계화와 한류의 바람을 타고 한국산 소녀 그룹의 해외 진출의 계기가 마련되면서 이러한 소녀의 이미지는 홍콩, 대만, 중국, 태국, 베트남, 라오스, 인도네시아 등지의 동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하여 아시아 전역에서 복제와 재생산이 이뤄졌으며, 이에 따라 소녀성의 취향과 코드를 공유하는 감각의 공동체가 소리 없이 구축되고 있는 것이 동아시아 대중문화의 현주소다. 이렇게 유형화된 소녀의 이미지는 동아시아와 타지역 간의 문화적인 경계를 구획하는 기준이 되어, 동아시아 지역 내에 일종의 무형적이고 가상적인 ‘감각의 지리(geography of senses’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폭넓게 공유되는 ‘공통감각으로서의 소녀성’의 문제에 관해 논의할 필요성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책이 ‘소녀라는 문제적 장소’에 주목하는 이유는 제국주의에 의해 도구화된 이미지가 오늘날 또 다른 제국주의의 형식으로 되풀이되는 이러한 동시대적 문화 현상에 기인한다. 식민화ㆍ역사화된 소녀 신체의 일루전은 구조를 은폐하는 도구적 측면에서, 그리고 다양한 역사의 기억들을 기록하고 있는 텍스트 또는 아카이브의 측면에서 면밀히 검토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근대 이래로 ‘만들어진’ 동아시아 여성성으로서의 소녀성이며, 그러한 소녀성이 다양한 권력의 구조와 결합하는 문제에 있다. (364-365쪽
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