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이야기 속 호랑이
시간을 뛰어넘어 우리 앞에 서다
호랑이는 우리 영토에서 가장 무서운 짐승으로, 때로는 익살스럽고 우스꽝스러운 동물로 옛 조상들과 함께해 왔습니다. 조상들은 액운을 피하려 호랑이 그림을 그려 집안에 두기도 하고, 매년 정월 초하루에는 호랑이 그림을 문에 붙이기도 하였습니다. ‘조선에서 1년 중 반은 사람이 호랑이를 잡고, 나머지 반은 호랑이가 사람을 잡는다’라는 중국 속담이 있고, 실제로 조선 시대에는 호환(虎患을 막기 위해 조정에서 호랑이를 전문적으로 잡는 군사인 착호갑사를 조직할 정도로 호랑이는 우리 역사와 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물이었습니다.
강혜숙 작가는 각종 사료와 민화, 민담 속 호랑이를 새로 엮어 생동감과 개성 넘치는 호랑이 형제를 탄생시켰습니다. 각기 다른 민담에 등장하는 호랑이를 한배에서 나고 자라 한날한시에 태어난 호랑이 형제로 재구성해, 생일잔치에 모여 자신의 사연을 들려주는 익살스러운 이야기로 만들어 냈지요.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그림과 이야기,
풍성한 매력 보따리 그림책
『호랑이 생일날이렷다』는 표지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두 눈을 부릅뜬 호랑이 한 마리가 커다란 송곳니를 드러낸 채 입을 벌리고 있고, 아래로는 작달막한 선물을 짊어진 산속 동물들이 고개를 넘고 있습니다. 산중 호걸 호랑이의 생일잔치에 가는 동물들 위에서 발톱을 세우고 있는 호랑이의 표정은 언뜻 즐거워 보이기도 합니다. 선물을 기대하는 것 같기도, 혹은 잔치에 온 동물들을 잡아먹을 생각에 설레기도 하는 것 같지요.
표지를 넘기면 부적처럼 범 호(虎 자를 빼곡하게 채운 면지와 계속 굽이굽이 고개를 넘는 동물들이 나옵니다. 그리고 깊은 동굴로 들어가듯 커다랗게 벌린 호랑이 입속으로 들어가면 생일잔치의 주인공인 호랑이 형제의 사연이 펼쳐집니다. 기존의 전래동화 이야기가 새롭게 재창조되는 시작을 알리는 신호를 알리고 있는 듯한 구성이지요. 우리에게 익숙한 민담부터 생소한 이야기까지 아홉 편의 짤막한 이야기를 호랑이의 시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