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색에도 수많은 의미를 덧입혀온 상상력의 역사
컬러 너머의 세계를 낱낱이 밝힌다
인류의 곁에는 항상 ‘색깔’이 있었다. 동굴 벽을 붉게 칠한 선사시대부터 아침마다 출근룩 컬러 매치를 고민하는 현대까지 변화무쌍하게 흘러온 이 컬러의 역사를 따라가면서 『컬러의 시간』은 한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간다. “인간에게 색은 무슨 의미일까?”
사람들은 같은 색을 보더라도 서로 다르게 받아들인다. 예컨대 검정은 흔히 결핍·어둠·악·불결함으로 연결되며 ‘흑색선전’이나 ‘블랙리스트’ 같은 부정적 은유로 쓰이지만 고대 이집트에서는 비옥한 토양의 색, 생명의 색으로 숭배받았다. 노랑은 금빛 태양의 색으로 숭앙받았는가 하면 한때는 누르스름하게 바래는 노화의 색으로 혐오의 대상이었다. 하양은 서구에서 빛과 생명, 순수와 동일시됐지만, 아시아 몇몇 지역에서는 죽음의 색이다.
각 시대와 모든 지역의 과학자, 철학자, 의전 담당자 등 수많은 이들이 색을 특정 행성, 요일, 계절, 식물, 신체, 감정, 미덕과 연결하며 복잡한 연관성의 체계를 창조해왔다. 『컬러의 시간』은 색이 상징하는 바가 이처럼 시대와 장소, 사람에 따라 무궁무진하게 달라지는 모습을 풍부하게 보여준다. 단순히 빨강은 뜨겁고 파랑은 차갑다는 식의 진부한 색채론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색이 가진 느낌과 연상 작용의 과학적·역사적 근원을 파헤치며 더욱 오묘하고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느 국가에선 빨강이 보수, 파랑은 진보이지만 다른 나라에선 반대다. 색과 의미의 짝은 얼마나 과학적이고 필연적일까? 컬러는 어떻게 이 세계에서 그 빛을 확장하고 공고화했을까?
같은 색에도 수많은 의미를 덧입혀온 인간의 상상력을 알게 되면 우리 고정관념 너머에 숨은 컬러의 특성과 잠재력이 훤히 보인다. 인간의 삶과 예술 속에서 다채롭게 변주되어온 컬러의 변화무쌍한 역사 지식으로 인식의 지평을 넓혀주는 책이다.
객관과 주관의 영역을 아우르는 컬러의 과학
반사된 빛이 눈으로 들어와 뇌에 전기신호를 보내고 색채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