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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마을 발견 : 사람이 사람에게 기적이 될 수 있을까
저자 송경애
출판사 기역(나무늘보책마을 해리
출판일 2021-02-24
정가 17,000원
ISBN 9791191199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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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1부 나는 마을주의자입니다
속력보다 방향
이윤보다 생명
개발보다 보존
소유보다 공유
경쟁보다 협력
소외 아닌 환대
인터넷서점보다 동네책방
공산품보다 핸드메이드

2부 마을을 향하여 한 걸음
교사, 마을을 발견하다
어쩌다 마을?
교사, 마을주민이 되다
학교, 마을로 향하다 ‘재미난 작당’
‘달빛 타고 우리 함께 걸어요’ [달빛 걷기]
마을 속 배움터를 찾아서
벤치학 개론
마을, 학교를 품다
문산마을, 모두를 위한 마을교육
평촌마을, 학교가 살아야 마을이 산다

3부 마을을 유쾌하게 하는 열 가지 힘
신뢰
관계
정체성
공유 공간
성장
재미
사람
연결
청소년의 자리(모두의 자리
매혹

4부 마을, 스스로 말하고 스스로 꿈꾼다
존엄한 인간, 아이들도 시민
따듯한 관계, 협력하는 태도
삶과 배움의 조화, 살아있는 마을교육과정
사심 없는 활동, 모두를 위한 실천
삶터-마을에 대한 애착, 자존감
온 마을이 함께 성장

닫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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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책속에서
다정한 마을, 다정한 사람


가을 햇살이 스미는 순간이었다.

묵직하면서도 경쾌한 외마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작은 생명체의 표정이 이토록 당당하게 아름다울 수 있는가! 괭이밥 꽃은 오밀조밀 단정하게 노랗고, 닭의장풀은 수채화처럼 맑은 파랑을 가지 끝에 올렸다. 아기새마냥 앙증맞은 연보랏빛 새콩 꽃이 황홀했고, 모가지 길게 뻗어 도란도란 피어난 씀바귀 꽃이 정겨웠다. 이삭마다 눈부신 햇살이 내려앉은 강아지풀은 유려하게 흔들렸다. 사지창을 겨누며 들러붙을 준비를 마친 갈빛 도깨비바늘 씨앗조차 촤르르 빛나는 날이었다. 흔하디 흔한 작은 풀꽃들이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제 꼴을 만들고 제 빛을 뿜었다.

‘아, 아이들도 그럴 수 있다면!’
서른 해 가까이 아이들과 함께 지냈다. ‘교사는 수업으로 말한다’ 여긴 시절도 있었고, 삶으로 가르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한 적도 있었다. 어린 딸아이를 교무실 소파에 재워놓고 새벽이 밝아오도록 연구와 자료 제작에 몰두하던 날들은 좋은 선생으로 아이들과 마주하고 싶은 갈망의 표출이었다. 스무 해가 다 되어서야 혼자 힘으로는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다. 한 아이를 둘러싼 세계가 온전치 못했다. 아이들의 삶이 학교에만 있지 않았다. 그들의 온 삶이 행복하길 바란다면 좋은 학교 너머 더 좋은 사회를 상상하고 고민해야 했다.

까맣게 잊고 살았다.
조각난 기억의 끄트머리를 붙들고 안개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거기 우리들의 오래된 미래와 시리도록 푸르고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었다.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뗄 때마다 저마다의 빛깔로 이야기들이 반짝였다. 작지만 단단했고 소소하지만 찬란했다. 빛이 아이들을 넉넉하게 감쌌다. 한 바퀴 돌아 다시 그 자리에 설 때마다 어제와는 다른 빛을 발견했다. 하방연대(下方連帶의 이야기들이 시냇물처럼 재잘거리며 바다를 향했다.

학교 현장을 떠나 일 년을 보낸 적이 있다. 광주 마을교육공동체 정책을 처음 실행한 2016년이었다. 지금 여기, 아이들의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