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잃은 뒤에 어렵게 알게 돼.’
“잘 가…….”라는 인사말을 되뇌다 보면, 유독 ‘잘’이라는 말에 무게가 실리는 걸 느낍니다. 가는 이에 대한 아쉬운 마음은 못내 뒤로 하고, 그가 가는 길이 평탄하길, 그가 닿을 곳이 좋은 곳이길 빌고 또 비는 마음이 이 한 글자에 수북이 담겨 있기 때문이겠지요.
『잘 가』는 말 그대로 “잘 가.”라고 비는 마음을 담은 그림책입니다. 인간의 이기심과 편의를 좇는 시대의 흐름, 때로는 일상화된 무관심에 스치듯 유명을 달리한 동물들을 향한 진혼곡입니다.
사육장 문을 한 발짝 나섰을 뿐인데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외출이 될 걸, 퓨마는 알았을까요? 숲을 까맣게 뒤덮은 불길과 시야를 가득 채운 연기 속에서 동물들은 어떤 기도를 올렸을까요? 더위에 지친 북극곰에게 우리의 사계절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다시 만난 주인을 향해 반갑게 꼬리를 흔들던 강아지는 호된 매질에 괴사된 다리쯤은, 정말 아무렇지 않았던 걸까요?
『잘 가』는 우리가 몰랐고, 애써 관심 두지 못했던 많은 생명의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입니다.
“잘 가. 잘 가. 잘 가.”
열명길 편히 가라고 꽂아 주는 노잣돈처럼, 그들이 남긴 이야기 뒤에 몇 번이고 작별 인사를 실어 보내며, 같이 살아간다는 것, 생명의 가치, 인간으로서 살기에 대해 찬찬히 돌아봅니다.
미처 전하지 못한 작별 인사와 바람을 담은 영원의 장의식
언젠가, 고정순 작가의 집에 방문했을 때, 예고 없이 나타난 낯선 손님을 유난히 반기던 열여덟 살 할아버지 고양이들을 만났습니다. 배를 보이고 누워선 아양을 떠는 것도 모자라, 다리에 꼭 붙어 눈을 맞추는 이들을 마주하곤, 세상 어떤 동물도 이보다 살가울 순 없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었는데, 얼마 뒤에 그 친구들의 이름과 마지막 순간의 모습, 장례식 이야기가 적힌 작가의 기억 노트를 접했습니다.
‘… 털의 느낌과 폭신한 발바닥의 감촉은 언젠가 희미해지겠지만,
그래도 기억하고 싶었다.
촉각과 시각은 언젠가 사라지겠지만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