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머리에 5
서장
‘시험은 공정하고 그 결과는 능력의 증거’라는 생각
학교와 사회는 교육을 어떻게 성공의 수단으로 만들었나
시험능력주의를 어떻게 이해하고 대안을 찾을 것인가
1장 사회적 질병으로서의 시험능력주의
청소년의 고통과 교육의 실종
학업포기라는 사보타주
2장 시험능력주의의 지배
한국의 시험능력주의
신자유주의 시대의 시험능력주의
시험능력주의의 약화?
3장 시험능력주의의 앞면: 지배체제와 그 승리자들
‘능력자 ’들의 지배?
시험의 ‘개인화’ 효과와 능력주의
시험형 인간의 아비투스
4장 시험능력주의의 뒷면: 배제체제와 그 패배자들
‘무능력자 ’ 천시와 노동 탈출 부추기기
시험능력주의와 노동자
노동 · 교육정책의 사각지대, 직업계고
5장 시험능력주의 극복을 위한 사회·교육 개혁
사회구조 개혁의 과제들
제도개혁의 과제들: 대학을 중심으로
능력주의 그 자체와 대면하기
글을 마치며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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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이 능력을 판별하는 유일한 기준이라는 생각, 한국형 능력주의
2022년 20대 대통령선거 결과 서울대 법대, 사법고시 출신인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다.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을 봐도 국민의힘 후보 4명 중 3명이 검사와 변호사 출신이며, 더불어민주당 경선에 끝까지 참여한 예비후보자 4명 중 2명이 변호사와 판사 출신이다. 민주당이 최근에 배출한 두 대통령 문재인과 노무현도 사법고시 출신이다. 군부정권이 물러난 이후 한국은 명문대를 졸업해 고시를 통과한, 이른바 ‘시험선수’들이 지배하는 세상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1년에는 하버드대 출신의 청년 정치인 이준석이 제1야당의 당대표로 선출되어 신선한 충격을 주었는데, 그는 능력과 실적도 없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거나 과거 민주화운동의 훈장을 자랑하면서 기득권이 된 586세대를 밀어내야 한다며 능력주의를 아예 시대정신이라 말한다. 그보다 앞선 2017년 5월에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와 관련된 인천국제공항 사태를 계기로 한국사회에서 공정 담론과 능력주의가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2019년의 ‘조국 사태’에 이르면 입시비리에 대한 논란이 정치적 갈등의 한가운데 놓이면서 공정성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한국사회에 거대한 분열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처럼 이어지는 사건의 기저에는 시험이 개인의 능력을 판정할 수 있는 가장 공정한 제도이며, 이 시험을 거쳐 명문대 졸업장, 고시 패스 등의 스펙을 획득한 사람은 이 사회를 이끌 수 있는 인재이고, 그들이 재능과 노력에 합당한 대우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저자 김동춘은 이러한 한국형 능력주의를 ‘시험능력주의’로 규정하고, 시험능력주의가 그 폐해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에 얼마나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는지를 통렬하게 성찰한다. 과거시험으로 관리를 선발하던 조선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엘리트를 선발하는 방식을 통시적으로 살펴봄으로써 유교적 권위주의, 개발독재 이후의 실용주의와 도구주의, 그리고 신자유주의 시대의 경쟁주의가 한국형 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