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우리는 모두 질병 보유자?
시빌과 스트럴드브러그
추상에서 구체로
잠정적 환자 상태
1장 질병의 역사
야누스의 얼굴
죄와 벌
의도된 해석
2장 질병의 사회문화사
그녀에게 생긴 일
새로운 세계
윙 비들봄의 손
법의 개입과 개인의 선택
3장 개인적인 몸
직소퍼즐 같은 몸
어머니, 한 여자
침묵의 세계
4장 사회적인 몸
도시를 폐쇄하라
말, 말, 말
맹인을 이끄는 맹인
5장 질병의 아이러니
콜레라와 상사병
노년의 법칙
6장 인식적 차원
아브라카다브라
날건 말건?!
7장 정상과 비정상
뫼비우스의 띠
불신과 맹신
인명 설명
참고문헌
시대마다 탄생하고 유행해온 질병의 역사
병증을 통해 드러나는 인간의 치부
‘건강’의 기준이 시대에 따라 계속 달라지는 것처럼, ‘질병’의 기준 또한 달라진다. “난시와 근시의 결점이 농경사회나 목축사회에서는 정상일지라도 항해사나 조종사에게는 비정상이다”라는 캉길렘의 말처럼 같은 증상이라도 시대의 필요에 따라 질병으로 분류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것이다. 따라서 질병은 그 자체로는 존재하지 않으며 오로지 인간이 이름을 부여하고 특질을 규명한 역사만을 갖는다. 이에 이 책은 고대 그리스의 서사시로부터 우리나라 현대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학작품들을 들어 인간이 질병에 부여한 역사를 좇는다.
소포클레스의 서사시 《오이디푸스 왕》에 등장하는 질병은 윤리적인 과오에 대한 징벌이었다. 샬럿 브론테의 소설 《빌레트》에 등장하는 독신녀들은 처녀도 가부장제의 현모양처도 아니라는 이유로 질병을 부여받아 ‘불능’한 상태로 묘사된다. 《댈러웨이 부인》의 셉티머스는 신경쇠약으로 인해 낙오자로 분류되어 사회적으로 숨겨지는 ‘요양원행’을 지시받는다. 저자는 헨리크 입센의 《인형의 집》,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 셔우드 앤더슨의 《와인즈버그, 오하이오》에서 질병이 저주, 비정상적인 상태, 사회적으로 배척받아야 할 존재로 그려지는 것을 차례로 보여준다.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와 영화 〈눈먼 자들의 도시〉에 등장하는 전염병은 결코 개인의 문제로 국한할 수 없는, 개인의 비정상성을 넘어선 모두의 삶이 된다. 병의 이름이 문제가 아닌 그로 인해 삶이 파괴되는 양상 자체가 질병으로 그려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 병증은 인간의 치부 또한 여실히 드러낸다.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소설 《콜레라 시대의 사랑》에는 콜레라와도 같은 병증의 상사병을 앓는 청년이 주인공이다. 청년은 노화의 온 과정에도 굴하지 않고 일생에 걸쳐 자신의 사랑, 어쩌면 사랑에 대한 집념을 고수하며, 결국 콜레라를 빌미로 해서라도 일생의 집념을 굽히지 않는다. 이처럼 집념과도 같은 그의 사랑은 콜레라와 다름없이 위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