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좀비가 ‘일상의 폐허’를 끝장내는 방법
재난의 시작
일상을 있게 하는 영웅?
좀비는 종말을 꿈꾸는가?
이상한 일상, 평범한 재난
1. 종말: 대안적 세계를 향한 급진적 사유
종말 이후의 세계
세계 종말 시나리오
초자연적 종말
자연적 종말
반자연적 종말
종말의 쓸모
2. 세계: 사유의 종말에서 사유의 책임으로
세계란 무엇인가?
새로운 인류와 범죄의 세기
철학적 사유의 종말
근본악의 유혹과 사유의 책임
3. 자본주의: 곤경에 빠진 탈영토화된 괴물
자본주의의 종말은 가능한가?
벌거벗은 리바이어던
좀비와 자본주의
뱀파이어의 몰락
포식자와 전염병
영토화된 괴물과 탈영토화된 괴물
탈영토화된 재난
4. 팬데믹: 지극히 매끄러운 세계에 닥친 필연
종말 100초 전
초월적 비합리주의와 세속적 비합리주의
페스트의 교훈
재난의 원인
모빌리티와 좀비
전염병의 정체화
방역인가, 시장인가
얼굴과 인간
생태주의와 바이러스
재난의 시대
5. 좀비: 몰락한 아버지의 세계를 폭로하는 타자
좀비의 유행
외재적 재난과 내재적 재난
아버지는 무능하다
아버지는 부재한다
아버지는 괴물이다
아버지는 반성한다
종말의 종말, 아버지의 법을 위반하라
6. 유토피아: 우리가 ‘미처’ 도달하지 못한 세계
세계는 어떻게 유지되는가?
일상과 영웅
유토피아의 그림자
불가능한 유토피아
니체적 종말
내재하는 예외
7. 자유: 기입된 선택지 너머를 욕망하기
복고주의적 열망
양치기 소년의 역설
스피노자와 자유
자유로운 세계
8. 미래: 소진된 가능성의 끝에 도래하는 것
베케트의 방식
가능성의 소진
종말과 사건
미래 가능성
미주
‘감염병 괴물’로 ‘감염병 재난’을 돌아보다
“좀비에 대한 본격적인 좌파 문화비평을 수행한 국내 첫 저서”(문학평론가 복도훈인 《좀비학》을 썼던 김형식 작가는 이번에는 좀비를 통해 우리가 맞이한 재난, 즉 코로나19 팬데믹을 분석한다. 좀비는 인간을 숙주로 자신을 복제하는 ‘감염병 괴물’이라는 점에서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은유다.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지금 우리 학교는〉, 관객 380만 명을 동원한 〈반도〉 등의 좀비물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유행한 것도, ‘감염병 괴물’이 불러오는 파국이 ‘감염병 재난’을 맞은 우리의 현실을 환기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좀비는 “위기에 빠진 현 세계를 적확하게 분석하고 진단해, 치료하고 회복시키는 일을 돕는 흥미롭고 유용한 길잡이이자 우화”다.
좀비물이 다른 재난영화와 차별화되는 지점은 좀비가 철저하게 ‘내재적 재난’이라는 것이다. 여타 재난영화에서 재난은 지구로 날아오는 소행성이나 외계 생물의 침략, 혹은 거대한 자연재해 등의 형태로 외부에서 온다. 하지만 좀비는 대개 인간이 만든 바이러스에서 탄생한 존재로,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온 재난이다. 또한 좀비가 갖는 ‘감염’이라는 속성은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불분명하게 만든다. 인간도 언제든지 좀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좀비를 문제 삼고 격리하는 것으로는 사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좀비를 탄생시킨 세계 자체를 근본적으로 성찰해야 한다.
좀비, 몰락한 아버지의 세계를 폭로하다
사실 좀비는 재난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재난의 진짜 원인은 좀비가 폭로하는 “몰락한 아버지의 세계”다. 수많은 좀비 영화에서 아버지는 무능하거나, 곁에 없거나, 심지어는 괴물 그 자체다.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에 등장하는 아버지는 아무런 계획이나 근거 없이 지하실로 숨었다가 자신은 물론 가족까지 죽음으로 몰아넣는다(무능한 아버지. 〈#살아있다〉의 아버지는 자녀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한 채 “아들! 꼭 살아남아야 한다”라는 무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