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펴내며
프롤로그
1부 식비를 줄이는 삶
대학동엔 대학이 없다
설탕국수
하얀 라면
푸드뱅크와 바나나
청년들의 몸테크
2부 병원비에 밀리는 식비
아파서 못 먹고, 못 먹어서 아프고
다 같은 고기가 아니다
어느 날 질병이라는 청구서
사진의 힘
식사 사진을 통한 영양 평가
3부 어쩔 수 없이 혼밥
노인과 밥
혼자 먹는 밥
1000원이 불러온 변화
가난은 숨어 다닌다
죽은 자의 마지막 음식
4부 메뉴를 선택할 수 없는
더 중요한 공감
댓글이 보는 빈곤
다들 그렇게 먹는다는 말
식사의 지위
선택권을 돌려주는 일
접기
밥은 먹지만 피자는 못 먹는다, 밥은 먹지만 치킨은 못 먹는다
한국 사회에서 밥을 굶는 ‘결식’ 인구는 이제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고전적 의미의 아사는 사라졌다. 다만 밥은 먹지만 피자는 못 먹는다. 밥은 먹지만 치킨은 못 먹는다. 결식에서 영양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말이다. 굶지 않는다고 인간으로서 존엄한가, 그것은 다른 질문이다.
책은 굶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기획이 아니다. 건강에 좋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이 아니어도 어쩔 수 없이 주어진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있다. 저자들은 식사 빈곤 문제가 기본적인 욕구 충족을 넘어 ‘선택권’이라는 새로운 단계로 넘어가고 있음을 배웠고 이를 독자와 공유하려 한다. 식생활에서 선택권을 박탈당해 존엄하지 못한 식탁에 앉는 사람들에게 주목했다. 선택권이 없는 식사는 그들의 생활이 얼마나 팍팍한지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식사에서 오는 즐거움은 누구나 누리고 싶은 것이고 이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일주일 치 식사 사진: 절대적 식사량 부족, 탄수화물 위주 식사, 혼밥
책은 갖가지 음식을 먹는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한 가지만 먹을 수밖에 없는 사람의 이야기를 다뤘다. 세상이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던 가난한 식탁, 그중에서도 높은 칸막이가 쳐져 있는 그들의 집밥 스토리가 콘텐츠의 중심이다.
밥을 먹는다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행위다. 누구에게도 드러내고 싶지 않은 사적인 영역이다. 더구나 집밥에는 매우 높은 칸막이가 쳐져 있다. 전날 저녁 집에서 무엇을 먹었는지 말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다른 사람이 집에서 무엇을 어떻게 먹는지 직접 묻기 어렵다.
하지만 거기에는 격차가 있다. 충분히 먹지 못하고 다양하게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저자들은 그 격차를 알기 위해 가장 내밀한 영역인 식탁을 보여달라고 했다. 취약 계층 당사자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난 뒤 이들에게 일주일간 식사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인터뷰한 25명 가운데 13명에게서 사진 129장을 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