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을 공부하는 데 인문학을 꼭 알아야 하나요?
정신분석학은 뉴런과 시냅스와 같은 자연과학적 연결고리뿐 아니라 오이디푸스, 일렉트라, 안티고네 등의 신화, 기호학, 인류학, 미술, 문학 등의 인문학을 넘나듭니다. 정신분석학을 공부한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융합적 접근이 자연스럽습니다. 저자는 지극히 당연하게 인류학과 기호학, 철학과 문학을 넘나들며 정신분석을 가르쳤고, 이 질문을 받기 전에는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학생들에게 설명해준 적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 질문은 저자를 깊은 생각으로 안내했습니다.
정신분석학은 정신과 의사들이 치료의 도구로 활용하기 때문에 자연과학과 접촉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종의 의료 행위로 이해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철학자들이 철학적 개념을 정의하는 데도 사용하고, 문학평론가들이나 영화평론가들이 작품을 평론하는 데도 사용합니다. 상담사나 심리학자, 건축학자, 화가, 무용가, 기자, 시인에 이르기까지 정신분석 이론을 사용하는 분야는 제한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럼 왜 이렇게 많은 분야에서 정신분석 이론을 사용하는 것일까요? 그건 정신분석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많은 분야의 학문으로부터 영향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쉬운 이해를 위해서 ‘영향을 받았다’고 표현했지만, 사실 정신분석은 인간의 정신 원리를 토대로 하기 때문에 인간이 하는 모든 활동에 ‘있었던’ 원리를 발견한 것이라는 게 더 바른 표현일 것입니다. 인간이 하는 모든 활동에는 인간의 정신이 드러나고, 인간의 정신이 드러난 현장에서 정신분석의 원리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정신분석을 배우기 위해서 ‘인간이 하는 모든 활동’을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