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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번개를 치다
저자 정병근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출판일 2005-03-11
정가 8,000원
ISBN 97889320158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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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시인의 말
 
제1부 흔적
붉은 숲
덩굴의 노선
코스모스
할미꽃
여뀌들
엉겅퀴
벌거숭이 플라타너스
도토리 사냥

흔적
비닐
폐도축장
집행
유리의 기술
나팔꽃 씨
욕조의 항해
무서운 장?난감
고독한 냉장고
번개를 치다
풀을 인 대문이 있는 집
추억
 
제2부 얼굴
지하철
노숙 1
그의 가족
노숙 2 - 그의 재림
그녀의 리어카
목포홍탁, 그 여자
기발한 인생
그 나사 아저씨
내 친구 박원택
그을림에 대하여
튀밥 아저씨의 가계
무서운 여자
사자후를 듣다
겁 없는 골목
그 안마방
평상
그의 얼굴
명상 센터를 나오며
넝마
나는, 그가
 
제3부 나무
나무
달과 노인
빗속의 젓갈
골목의 캐비닛
달밤
어머니를 버리다
깊고 푸른 기억

핸드폰

고속도로 옆, 그 느티나무
오동나무, 생을 다하다
저 단풍나무
목련
석류
빙하기의 추억
침묵의 이면
어둠행
뒤안을 나오며
머나먼 옛집
 
해설 : 붉은 부적, 땡볕, 유리의 연금술 - 김춘식
출판사 서평
정병근 시인의 두번째 시집 『번개를 치다』가 문학과지성사에서 발행되었다. 이번 시집은 무심히 지나가버린 일상에 대한 애처로움과 연민의 정서가 그 근원에 자리 잡고 있다. 무관심할 수 없는 사연들이 남긴 흔적들은 강한 연민의 감정을 시인에게 환기시킨다. 철저한 고독의 공간에서 너무나 깊이 상처 받은 존재들이 사는 지점, 그곳에서 사람들은 미래와 과거를 응시한다.

시인은 불확실한 미래와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하는 과거, 삶의 흔적들이 엇갈리는 지점에서 불꽃 같은 지혜와 영감을 떠올린다. 그리하여 시인은...
정병근 시인의 두번째 시집 『번개를 치다』가 문학과지성사에서 발행되었다. 이번 시집은 무심히 지나가버린 일상에 대한 애처로움과 연민의 정서가 그 근원에 자리 잡고 있다. 무관심할 수 없는 사연들이 남긴 흔적들은 강한 연민의 감정을 시인에게 환기시킨다. 철저한 고독의 공간에서 너무나 깊이 상처 받은 존재들이 사는 지점, 그곳에서 사람들은 미래와 과거를 응시한다.

시인은 불확실한 미래와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하는 과거, 삶의 흔적들이 엇갈리는 지점에서 불꽃 같은 지혜와 영감을 떠올린다. 그리하여 시인은 이러한 지점으로 ‘머나먼 옛집’을 그린다. ‘옛집’은 죽은 자들의 집이고 또 사라져버린 것들이 마술처럼 생명력을 꽃피우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 집은 현재의 무기력과 권태를 초월하려는 신성함이 깃든 공간인 동시에 현재의 비루함이 역으로 드러나는 공간이라고도 할 수 있다.

땡볕 속을 천 리쯤 걸어가면
돋보기 초점 같은 마당이 나오고
그 마당을 백 년쯤 걸어가야 당도하는 집
붉은 부적이 문설주에 붙어 있는 집
남자들이 우물가에서 낫을 벼리고
여자들이 불을 때고 밥을 짓는 동안
살구나무 밑 평상엔 햇빛의 송사리 떼
뒷간 똥통 속으로 감꽃이 툭툭 떨어졌다
바지랑대 높이 흰 빨래들 펄럭이고
담 밑에 채송화 맨드라미 함부로 자라
골목길 들어서면 쉽사리 허기가 찾아오는 집
젊은 삼촌들이 병풍처럼 둘러앉아 식사하는 집
지금부터 가면 백 년도 더 걸리는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