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5
1부 소외의 벽을 넘어 눈부신 성취로 - 1990년대
나는 여성, 영화인이다 - 심재명
한국 영화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기록하다 - 안정숙
가장 유연했기에 가장 오래 일한 창작자 - 임순례
필름 시대 한 컷의 소중함을 기억하는 30년 차 편집감독 - 박곡지
한국 영화 마케팅의 모든 처음 - 채윤희
늘 더 좋은 이야기를 찾아가는 배우 - 전도연
2부 더 넓고 더 깊게, 전문가들의 시대 - 2000년대
삶의 길과 영화의 길은 다르지 않다 - 문소리
추락과 비상을 모두 아는 단단한 제작자 - 강혜정
영화의 시각 요소를 총괄하는 창의적 프로덕션 디자이너 - 류성희
더 좋은 노동 환경이 더 좋은 소리를 만든다 - 최은아
영화 속 모든 빛을 창조하고 기록하고 싶은 사람 - 남진아
장르 사이를 유영하며 파격을 구사하는 창조적 편집자 - 신민경
마케팅은 본질에서 출발해 가장 예쁜 얼굴을 찾는 것 - 박혜경
넷플릭스와 유튜브의 시대, 영화제의 미래를 상상하다 - 김영덕
3부 단단한 자기 중심과 새로운 감수성 - 2010년대 이후
작더라도 내 이야기를 하고 싶다 - 제정주
카메라는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 - 엄혜정
사건의 복잡성, 인간의 다면성을 기록하는 사람 - 김일란
어린이가 스스로 골라서 보러 오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 윤가은
내 꿈은 귀엽고 재미있고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의 대가 - 전고운
‘왜 안 되는데?’라는 물음을 놓지 않는 배우 - 천우희
『영화하는 여자들』 타임라인
우리의 역사는 우리가 쓴다
우리에게는 기꺼이 뒤에 서고 싶은 빛나는 계보가 있다
1950년대 한국 영화의 역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래 첫 30년 동안은 영화 현장에서 배우를 제외하고는 여성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고작 다섯 명의 감독과 몇 십 명의 스태프만이 이름을 남긴 첫 번째 30년을 지나, 1990년대 이후 두 번째 30년을 거치며 영화 현장에는 무수히 많은 여성이 등장했다. 1994년 여섯 번째 여성 감독으로 데뷔한 임순례의 뒤를 잇는 여성 감독들뿐만 아니라 제작, 촬영, 조명, 미술, 사운드, 편집, 마케팅 등 영화의 모든 영역에서 활약하는 여성 창작자들이 한국 영화의 영광의 순간들을 함께 만들어왔다. 미디어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건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한 감독과 배우들이지만, 영화가 만들어지는 현장에는 다양한 재능을 가진 수많은 스태프들이 참여했고 그들의 상당수는 여성이었다.
예컨대 한국 영화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접속〉과 〈공동경비구역 JSA〉의 기획자는 심재명이었고, 〈쉬리〉의 편집감독은 박곡지, 마케터는 채윤희였다. 류성희 미술감독이 아니었다면 류승완, 봉준호, 박찬욱, 최동훈, 김지운의 영화는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1000만 영화인 〈도둑들〉과 〈암살〉의 빠르고 리듬감 있는 장면 전환은 신민경 편집감독의 손에서 나왔고, 부산국제영화제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오가며 영화제 프로그래밍 매뉴얼을 확립한 사람은 김영덕 프로그래머였다. 대담한 제작자 강혜정은 〈베를린〉, 〈베테랑〉, 〈엑시트〉 등의 대작 영화를 연달아 흥행시켰고, 봉준호의 〈마더〉, 〈설국열차〉, 〈기생충〉은 마케터 박혜경과 만나 전 사회적인 화제성을 얻었다. 〈우리들〉, 〈소공녀〉, 〈공동정범〉 등 최근 주목받은 독립영화와 다큐멘터리의 상당수는 여성 제작자나 여성 감독의 작품이었다. 전통적으로 남성의 영역이라 여겨졌던 촬영이나 조명, 사운드 분야에도 이제 여성이 드물지 않다.
지난 30년간 꾸준히 활동해왔음에도 이들의 존재는 특별한 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