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한 방울의 물에도 천지의 은혜가 깃들어 있고
한 톨의 쌀에도 만인의 노고가 스며 있으며
한 올의 실타래 속에도 베 짜는 이의 피땀이 서려 있습니다.”
한국인들은 지난 40년 가까이 매년 경제가 성장만 하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한 해가 지나면 당연히 수입이, 소비 수준이, 옷의 개수가, 집 크기가 늘어날 것을 기대합니다. 뭔가가 하나씩 늘지 않으면 초조하고 불안해집니다.
이렇게 인간은 소비주의에 세뇌되고 중독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소비주의 문명, 어리석음, 거꾸로 된 문명, 이런 삶의 방식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문명을 창조해야 합니다. 그러면 새로운 문명이란 무엇인가? 저는 ‘생명의 문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생명이란 무엇인가? 저는 ‘생명은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삶은 어디에서 온 말인가? 삶은 쓰임 또는 살림에서 온 말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쓸 때는 살리도록 써야 합니다. 기계나 집이나 물건을 쓰지 않고 가만히 두는 것보다 적당히 잘 쓰면 더 오래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쓰는 것이 살리는 것이 됩니다. 오용이나 과용은 쓰레기라는 죽음이 발생하게 만듭니다. 쓰레기를 모아둔 곳은 누구든지 싫어합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사람이라도 그 사람이 죽은 뒤에는 아무도 가까이 가려 하지 않습니다. 살아 있을 때 그렇게 좋아하던 부모 자식이나 부부 사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쓰레기를 다 혐오하는 이유는 쓰레기라는 것이 바로 죽은 시체와 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쓰레기를 연구해야 합니다. 쓰레기를 연구하면 현대문명의 오류나 모순을 볼 수 있고, 그래서 쓰레기가 나오지 않게 살면 죽음이 없는 영원한 삶을 살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운동은 종교와 별개의 운동이 아니라 바로 종교가 추구하는 진리의 삶과 아주 긴밀하게 일치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쓰레기가 없는 삶, 영원한 생명을 추구하는 삶으로 나아가려면 ‘죽이는’ 삶을 변화시켜야 하고, 삶을 변화시키려면 가치관이 바뀌어야 합니다. 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