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린치와 임흥순의 영화에서
「무한도전」, 「킹덤」, 「인문학적 감수성」까지
동시대 문화를 둘러싼 수많은 힘의 관계와
또래 세대의 곤경을 파헤치는 집요한 비평
오늘날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지지대가 흔들리고 있다. 계급, 젠더 정체성, 정치적 지향, 성적 지향, 문화적 취향은 고정되지 않으며, 쏟아지는 콘텐츠가 예술의 빈자리를 채운다. 특히 2020년대 전후 한국 문화예술계를 강타한 미투 운동 이래 성차와 세대 차이, 제도의 안과 밖에서 다양한 힘들이 경합하고 있다.
이러한 문화적 상황을 비평하는 윤아랑은 거대한 이론에 기대지 않고 작품 자체와 작품이 놓여 있는 구체적인 상황을 들여다본다. ‘기성이냐 대안이냐’ 하는 식으로 한쪽을 편들기보다 영화, 소설, 예능 프로그램, 웹툰, 만화를 넘나들며 매체의 형식을 끈질기게 파고든다. 거침없는 비판은 윗세대를 겨냥하며, 사려 깊은 관심은 또래 세대를 향한다.
이 책에 실린 열세 편의 비평을 관통하는 태도는 이렇다. 제도를 비판하는 데 만족하는 것은 ‘죄악이 되는 순진함’이고, 새로운 세대의 운동이란 실로 ‘반복의 반복’이며, 영화 감상과 글쓰기는 ‘천박하고 쓸모없다.’ 그러니 뭔가가 우리에게 부글부글 끓는 기분을 불러일으킨다면, 그 감흥을 솔직한 언어로 표현하는 데서 출발하자. “자신이 발을 담그고 있는 똥통, 세상이라는 똥통을 직시하고 긍정해야 합니다.”(80쪽 이 긍정의 태도는 비평가 윤아랑의 고유한 힘이니, 그의 적도 친구도 이 문제장 밖으로 나갈 수는 없을 것이다.
새로운 세계를 보는
새로운 세대의 시각
공부와 삶을 잇는
인문 시리즈 ‘탐구’
민음사의 새로운 시리즈 ‘탐구’는 오늘날 한국 인문사회과학의 성과를 한눈에 보는 기획이다. 지금 주목해야 할 젊은 저자들이 자기 삶에서 나온 문제의식을 솔직하게 꺼내 놓고, 이론과 실천을 연결하는 제안을 독자에게 건넨다. 낯선 학문이 이곳에서 다시 해석되고, 각자의 현실이 새로운 길로 연결된다. 기존 인문학의 한계로 지적되었던 서양 학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