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베이비 드라이버」에 대한 단상, 그 일렁임
플레이리스트 문화의 탄생
플레이리스트라는 소리 세계
플레이리스트가 만드는 일상적 음악 경험의 변화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를 오가는 주체
가만히 듣기만 하는 예의 바른 존재, 감상자
미디어의 음악적 관여
감상자의 몸
둘러 입는 음악
참고 문헌
찾아보기
플레이리스트라는 소리 세계
누군가 선곡한 곡들의 모음이라는 뜻에서 플레이리스트의 역사는 길다. 그러나 그것이 만들어지고, 유통되고, 소비되는 양상에서 현재의 플레이리스트는 과거의 그것과 전혀 다른 존재다. 오늘날의 음원 플랫폼들은 우리가 알기도 전에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을 알고, 광활한 음악의 바다에서 실패 확률이 적은 선택지를 제공하며, 그때그때의 기분과 분위기에 맞춰 가볍게 ‘둘러 입을’ 음악을 간편히 제공한다. 우리는 그저 ‘좋아요’ 혹은 ‘싫어요’를 누르며 우리의 취향을(달리 말하면 돈이 되는 정보를 알려 주기만 하면 된다. 가령 당신이 지금 불안한 상태라면 굳이 선곡하는 수고를 들일 필요 없이, ‘불안감을 떨쳐 주는 신나는 노래’라는 제목의 플레이리스트를 클릭하고 흘러나오는 음악에 몸을 맡기면 된다. 사실 그 플레이리스트가 어떤 곡으로 채워져 있는지는 거의 중요하지 않다.
한편, 이러한 기술/매체 의존적 환경에서 플레이리스트는 뜻밖의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한다. 매일매일 무수히 창작되는 콘텐츠 속에서 개인의 취향과 관점을 보다 정교하게 가다듬을 기회를 제공하며, 권위와 질서가 아닌 공유와 정동의 언어로 이뤄진 취향의 공동체를 통해 다른 이들과 함께 즐거움을 누릴 수 있으며, 나아가 획일화된 음악 시장에서 다양성이 서식할 자리를 마련할 수도 있다. 저자는 플레이리스트를 둘러싼 음악 감상 행위에 존재하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 기회와 위험을 모두 직시하되 보다 넓은 의미에서 플레이리스트라는 문화 현상이 어떤 방식으로 표출하는지 살핀다.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채널에 직접 참여하여 채널 운영 방식과 사용자들의 반응을 관찰하고 애플 뮤직, 스포티파이, 멜론 등 여러 음원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일상적인 음악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이 자료들을 바탕으로 저자는 미학, 음악 사회학, 매체 이론, 현상학을 경유해 음악 감상 행위를 해독하고, 매체의 역할을 재고하는 한편, 감상자의 감각 경험과 반응, 테크놀로지와 인식이 맺는 관계를 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