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는 아직 거기 있어”
사라지지만 아주 사라지지는 않는 것들에 대해
버섯 소녀는 여정의 끝에서 빗속에서 ‘흩어지고 흘러’ 물거품처럼 방울방울 사라집니다. 하지만 ‘사이사이 스며들어’ 있기도 해요. 비가 그친 꽃밭, 홀연 나타난 버섯 소녀‘들’이 다시 한 번 사라집니다. “먼저 가서 기다릴게.”
어디로 가버린 걸까요? 이제는 영영 사라져버린 걸까요? 작가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버섯 소녀는 가득한 호기심으로 길을 나서지만 무섭기도 외롭기도 하죠. 새로운 곳을 찾아 멀리 가버린 듯하지만 어느 순간 등 뒤나 겨드랑이, 머리카락 사이사이에서 살짝 고개를 내밀었다 수줍게 웃으며 숨어버릴지도 몰라요. 누구나 간직하고 있을, 떠났지만 소멸하지 않은 우리 모두의 모습이에요.”
버섯 소녀는 잊어버린 언젠가의 내 모습, 나를 새로운 모험으로 이끄는 요정, 곁을 떠난 그리운 존재처럼 겹겹의 아름다운 모양으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아직 거기 있어”라고 속삭여요. 그 끝에 버섯 소녀가 만난 신비로운 세계가 이제 우리 곁에서 몇 번이고 계속해서 펼쳐질 거예요.
추천사
“먼저 가서 기다릴게.”
이 문장이 두 번 등장합니다. 버섯 소녀가 길을 떠날 때, 꽃밭에 있던 버섯 소녀들이 사라질 때. 어디로 사라지는 것인지, 무엇을 기다리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이 모호하고 신비로운 문장은 슬프고도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버섯 소녀》는 무척 기묘한 판타지인 동시에 매우 과학적인 이야기입니다. 최초의 이야기들은 바로 이렇게 만들어졌겠지요. 이야기는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이해하고 설명하는 무척 중요한 방식일 거예요. 어차피 다 사라져버릴 텐데 무슨 소용일까, 라는 생각 혹은 태도의 가장 먼 곳에 사라진 것들이 먼저 가서 존재하는 세계가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장소를 상상하는 일은 끝내 흘러가버린 것들이 실은 전부임을 아는 것이기도 하겠죠. 가만히 들여다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일, 그리고 그것을 기억하거나 기록하고 이야기로 만드는 일이 새삼 무척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무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