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아닌 딴 데로 새고 싶은 민세 눈 앞에 한 줄기 바람과 함께 나타난 낯선 거리
친구를 구하려고 한 것도 아니고 아닌 것도 아닌 사건으로 핀잔만 듣게 된 민세. 집 아닌 어딘가 딴 곳에 가고 싶다. 집 방향과 다른 방향으로 무작정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 민세 앞에 커다란 나무와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을 주는 공간이 나타난다. 그곳에서 만난 반달별이란 인물은 민세에게 이 만남을 이렇게 설명한다.
“세상을 확 바꾸는 거대한 일도 어느 날 갑자기 오는 것처럼 보이지. 사실은 차곡차곡 준비되었는데도 모르고 있었을 뿐이야. 민세에겐 상림이 오늘 불쑥 나타난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렇지 않아. 민세 너의 내부에 이미 있었던 거야. 상림에 오기 위한 여러 가지 것들이. 자각하지 못했을 뿐이지.
본문 33쪽에서
민세 역시 이곳에서 이런 느낌을 받는다.
민세는 알아들었다. 그리고 강력하고 분명한 예감이 든다. 나는 아마도 이곳 상림에 계속 오게 될 것 같다. 조금 전 본 잠두와 루치아에게 끌리는 마음도 크다. 원탑의 주인이라는 포리도 몹시 궁금하다. 무엇보다 지금 눈앞에 앉아 있는 반달별이란 사람이 좋다. 겨우 두어 시간 만난 것에 불과한데 말이다. 낯설었던 곳에 금방 이렇게 정이 들다니.
본문 34쪽에서
민세가 집에 가기 싫었던 이유는 무얼까
민세의 부모가 민세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엄마 김 박사와 아빠 오 선생의 교육 태도는 생활 태도만큼이나 다른 것 같지만 결국은 같은 모양이다. 그리고 민세는 여기에서 벗어나고 싶다. 하지만 어찌해야 할지는 모른다. 사실 깊이 생각해 본 적도 없는 것 같다.
나는 왜 집이 싫지? 엄마 잔소리? 아빠의 한숨? 아빠도 엄마도 그 누구에게도 끌리지 않는 어정쩡한 내 모습이 답답한 것일까? 치과 의사인 엄마 김 박사는 늘 주장한다.
“세상은 먹고 먹히는 곳이야. 정글이라고. 힘센 자가 살아남아. 힘이 뭐냐고? 첫째 돈이지. 아무리 발버둥 쳐 봐야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어. 자본주의가 뭐야?